즐거운 하루..
(카메라~ 싫어유~ 하는 작은넘 고개를 숙이고~ 뭔 멋인지 모자에 후드까지 둘러쓴 큰넘또한 카메라 별루여~ 한다.)
여행은..
특히 가족여행은..
마음 먹고 준비해 가면서 기다리는 그 순간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닌가...싶다.
아침 일곱시 집에서 나가 전주역에가서
일곱시 오십일분 순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안개....
그림같이 정지된듯한 안개속을 달리는 기차속에서
너무 짙은 안개가 걷힐까. 종일 걷히지 않는건 아닐까..
짙은 흐림은 아닐까...걱정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차는 우리를 싣고 순천으로 향해 달려갔다.
순천을 마악 도착하기 전 조금 기인 터널을 빠져나가는데
눈부신 햇살이 쨍~
'엄마 엄마. 터널을 사이에 두고 세상이 안개속 세상과 햇살속 세상으로
나눠였나봐~ 햇살봐봐. 신기하지 않어!' 작은넘이 수선을 떨 정도로
터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개는 없고 햇살만 있는 맑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낯선 도시이지만 가족이 있어 낯설지 않은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만으로 갔다.
축제기간이 끝났다 그러더니 한가하니 산책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갈대숲을 거닐며...
아빠랑 아이들이랑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사진 욕심 내느라 뒤쳐져 걷고 있으면 어느새 되돌아와~
내 옆에 서 있는 아들넘들...
힘들다 힘들다 어리광이 늘어지는 작은넘과~
와우~ 멋지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가을을 만끽하는 큰넘...
그리고 든든한 우리집 남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참 인상적이였다.
일부러 만들었을까?
설마..자연적으로 생긴거겠지..
그치만..그러기엔 너무 똥그랗잖어. 좀 인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어?
그런가...아니 아닐꺼여. 자연생태공원이래잖어.
그럴까...
바람결처럼 부드러운 대화가 스며든 가을은 아름답기만 했다.
전주에 돌아와~
순천만에서 아쉬웠떤 생선회를 떠서 집에 가져가 어머니랑 함께 먹기로 하고~
우리는 작은넘 학교 정문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남편은 버스타고 들어가 차 가지고 나와 만나기로 했다.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향한 남편을 걱정한다. 두 아들넘이.
'아빠 버스 잘 타실까?'
'그럼~ 아빠가 애냐. 버스 하나 못타게.'내가 한마디 했다.
'그래도 아빠 버스 타본지기 너무 오래 되셨잖어.' 큰넘이 한마디 하고..
'걱정 마. 그래도 아빠 버스 잘 타~'
'300번대 타면 안되는데. 엉뚱한데로 가거든~50번대만 타면 되는데..' 작은넘이
한마디 거들고~
'걱정하지 말라니까~ 지난번에 여수 갔다 오면서도 엄마랑 아빠 버스타고 들어갔거든~'
'그때가 언젠데?' 큰넘이 못 미덥다는듯이 묻고..
'지난 봄에~'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걸어 가니 정류장앞에 서둘러 갔던 남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아빠~ 50번대만 타면 되요~' 작은넘이 큰소리 친다.
'아들들이 걱정이 많네. 아빠 버스 잘못 탈까봐~' 내가 한마디 하니
'아들들 ~ 걱정 하지마. 아빠 버스 잘 타~ 500번대도 가지 않냐?" 하고 물으니
'네. 500번대도 가요. 근데 500번대 버스는 많이 없어요~' 큰넘이 거든다.
'우리 걸어가고 있을께 차 가지고 와~' 하며 남편을 버스 정류장에 세워놓고
몇발작 걸어가는데
'버스 왔다. 아빠 저거 타시면 되는데~' 큰넘이 큰소리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사이
남편이 버스에 타니까 작은넘 한마디
'울아빠도 버스 잘타네~ 한다. ㅎ...
언제까지나 남편과 내 걱정이 아이들인줄 알았는데
이만큼 컸다고 엄마걱정 아빠 걱정을 다 하네~
ㅎㅎㅎ
하늘 보고 피식 피식 웃었더니
울엄마 허파에 바람 들었다며 아들넘들이 더 크게 웃는다.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