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오늘은 애교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무뚝뚝이 딸래미가
엄마의 기뿜조가 되어보리라 맘 먹고 친정에 갈 준비를 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야야....오지 마라. 그늘에는 눈이 아직 안녹았어야~'
'도로는 녹았을꺼 아냐.'
'거기..소란 돌아 들어오는데는 봄까지 얼어있어. 위험해서 안되야.
오지말어. 엄마 괜찮응게..'
'뭐가 괜찮어. 조심해서 걸가. 나 준비 다 했당게.'
'날씨도 뭐가 올라고 그러나 흐리고 안좋당게 그냥 오지 말어라잉.
너 안와도 엄마 괜찮어어..'
하도 하도오 잔소리가 늘어지시길래 알았어~ 하고는 출발했다.
엄마네 집으로 들어가는 산모퉁이 도로가 눈이 안녹았을꺼라는 거
물론 안다.
거기는 늘 그렇다. 봄이나 되어야 녹지 어지간 해서는 늘 그런거 알지만
거기 그런거 알고 거기만 조심하면 아무 문제 없는데
오지말라니...참..울엄마 못 말린다.
엄마 생신은 음력 12월 19일..명절 앞에 있다.
코앞은 아니고..그냥 명절 앞에 있다는 이유로 엄마는 아버지가 계실때나
혼자계신 지금이나 거의 해년마다 그렇게 지내신다.
동생네나 언니는 거리가 멀어서 생신때 내려오고 명절때 또 내려오기
번거롭다고 하지만
한시간 거리에 사는 나 또한 이런 저런 이유들에 밀려 엄마 생신때
찾아 가본적이 큰아이가 주민등록증이 나올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손가락의 반절도 꼽아지지 않을것이다.
우연히 토요일 겹쳐서 올커니하고 내려 가는길인데 그걸 못오게 하고 싶었을까..
엄마는 물론 내생각해서 그런거 알지만
그것이 꼭 나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는걸 엄마는 모른다.
나 괜찮다. 다아 괜찮아. 아이고 괜찮다니까...라는 말씀..
반은 자식 걱정하는 마음이고..
반은 그냥 하시는 말씀이라는 거 깨닫는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엄마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엄마 폰으로 올케 전화가 왔다.
'어머니 집이세요?'
'어. 집이여.'
'잠깐만요. 제가 다시 전화 드릴께요.' 하더니 영상전화가 왔다.
'할머니.....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두 손주와 며느리가 합창으로 불러주는 생신축하 노래에
울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입이 귀에 걸리셨다.
아주아주 사소한것에도 행복해하시는 울엄마...
그런 엄마가 나는 좋다...
오래오래...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그모습 그대로 거기 계셔 주세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