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누구.... 울엄마 좀 말려 주세요.^^

그냥. . 2011. 4. 12. 21:22

아침 아이들과 함께 나와 정읍으로 향했다.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차들이 무진장 많다.

정읍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정읍으로 출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전주사람 전주로~

정읍사람 정읍으로~ 직장 다 옮겨~~ 하면

기름값도 절약되고, 시간도 절약되고 좋으련만....싶은  생각 잠깐 해 봤다.

빨간 신호등에 걸렸을적에 엄마폰을 눌렀다.

안받는다.

병원 늦게 가면 사람 많을지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몇번 전화를 했는데 안 받길래 걍 말았다.

아홉시 좀 못되서 도착할꺼라 그랬는데 여덟시 십오분..엄마네 대문앞에 도착했다.

'엄마~'

'....................'

'엄마아~~'

'................................' 대답이 없다.

폰을 했다. 받으신다.

'엄마 어디여?'

어..여거 잠깐 볼일 었어서 왔당게. 어디냐? '

'집에 왔지이. 어디여?'

'여기 신태인떡네야..'

'엄마 밭이지. 몬당  고추밭?'

'아니여. 몬당 밭에 내가 왜 가냐. 신태인떡네 잠간 왔땅게 금방 강게

쪼끔만 기다려라이~' 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으신다.

마을회관 앞에서 올려다 보면 엄마의 몬당 밭이 보인다.

왜 몬당이라고 하는지는 난 아직도 모르지만 그렇게 부른다.

고추 심을 준비를 했는지 검정 비닐이 얌전하게도 쳐져 있다.

분명..저기 간것이여. 언니한테는 밭 내놔 버렸다 하두만.. 어쩔라고 그런디아..

아니나 다를까...

모퉁이 돌아 지금은 빈집이 되어버린 큰집을 지나 엄마가 몬당에서 걸어 나오시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휴우..한숨을 쉬며.

'엄마! 또 고추농사 짓게? 내가 못살어. 어쩔라고 그런데여. 하이고..왜그려. 정말..'

'아녀야. 가봐라. 고추는 쬐끔 할것이여. 들깨랑 참깨 심고, 콩도 심을라고 비닐 쳐놨지이..'

'엄마, 무슨 들깨고 참깨 비닐을 그새 친당가, 콩 심는데 비닐 친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구만..

어쩔라고 그려. 무릎 덫나면..'

'괜찮당게. 글고 비닐 칠때 한꺼번에 쳐놔 버려야지 언제 놉얻어서 또 칠수 있다냐. 가봐라

고추는 째끔만 할것이랑게..'

'언니한테 밭 내놨다 했담서.'

'니 언니가 하도 걱정을 해싼게 내가 그랫찌이...'

'수민이 아빠 알면 좋아라 하겠네. 어쩔라고 그려. 그렇게 하지 말랑게에..'

'뭐할라고 수민애비한테 얘기 할라고야~ 하지 말어라잉...하지 말어야. 속상헌게..'

'내가 말 안헌다고 언제까지 모른데여?'

'어찌게 안다냐. 딴사람이 짓는갑다..하것지이..'

'엄마는 나도 그렇게 속일라고 그렸는갑네..';

'야야..그 밭떼기 하나라도 가지고 있어야 살지 어찌게 날마다 하늘만 보고 산다나

다들 날마다 돈벌러 다니느라고 눈이 뒤집에 젔는디 엄마만 보살 났어야~'

'하이고...아프기나 안험서 그러면 누가 뭐래요. 따지고 보면 남는것도 없음서..

여기저기 김장 해주고 싶어서 글지. 제발 쫌 쭐이셔..'

'알았어. 알았당게. 언니랑. 수민애비한테전 절대로 비밀이당게..알것쟈~'

 

이 비밀 또한 지켜야 하나..말아야 하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