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며칠 전부터 우리집 남자가..

그냥. . 2011. 4. 18. 20:27

며칠 전부터 우리집 남자가 종종 내게 물었다.

'월요일날 뭐할래?'

'월욜날 어디 갈까?'

'월요일날 뭐  먹고 싶어? 하고...

'뭐하긴~ 그동안 놀았으니까 슬슬 일 시작해야지~'

하고 대충 흘려 들었는데

엇그제 다시 우리집 남자가 물었다.

'월요일날 어디 갈까? 수목원 갈까?'

'수목원? 좋지. 이뿐 꽃 많이 피었을꺼야~'

'근데 너 월요일날이 뭔날이줄 아나?'

'어? 어................알지...' 대충 얼버무렸다.

'너 내가 묻기 전에는 몰랐지?'

'어. 흐흐흐..사실 몰랐어.'

'어쩜 여자가 결혼 기념일 하나 딱딱 못챙기고 그러냐~'

'어. 미안~ 친구들 만나러 갈 생각에 내가 너무 들떠 있었나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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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그....기대하고 고대하고 기다리게 만든 월요일~

난...

아침 일찍부터 오롯이 혼자 있었다.....

병원 간다더니.......

소식이 없는 남자에게 전화 걸어볼까..하다가 말았다.

열두시 십분전에 전화 왔다. 그래도 양심에 찔렸나부지~

'준비해~ 점심 먹으러 가게.'

그리곤 열두시 반쯤 들어와서.....

'뭐 먹을까? 콩나물 국밥만 빼고~' 하는데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다.

'뭐 먹을까~ 는 별루고, 오늘 어디 간다더니?'

'오늘 너무 추워. 바람도 많이 불고~ 날 따시면 가자아.'

'겨울엔 추워서 어떻게 살았는데?'

'겨울은 겨울이고~ 난 괜찮은데 니가 추위 많이 타잖어.'

정말 오늘 날이 춥긴 추웠다.

멀지 않은곳에 가서 매콤하고 시원한 볼테기? 해장국 먹고...

집으로 바로 들어 오드라고~

그러더니 왠걸~ 나 내려놓고 나가서.....감감 무소식이다가

저녁시간 다아 되서 들어왔다가..

술먹자~ 부르는 전화 받고 꽁지에 불 붙은 사람처럼 내 눈치만 살피고

들썩이길래 다녀 오라고 내보냈다...

 

나.......................

원래..........................

기념일 뭐 그런거..........................

챙겨주길 바라는 그런사람 아닌데...................

이번엔 자기가 들쑤셔 놓고는....................................

나몰라라 내팽계치고 돌아다니네.......................................

우리집 남자는 확실히

나보다...

술..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 더 좋은게 맞는가 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