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풍경..
아직 캄캄한 새벽
바람소리에 눈을 떴다.
더듬더듬 손을 움직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다섯시가 조금 안되는 시각...
좀 더 자도 되는데..
이불속으로 푸욱 파고들며 잠속으로 빠져들고 싶었지만
바람소리가 자꾸 내 단잠을 건드린다.
'저...........시끄러운 소리에도 불편함 없이 잘 잤구나...
별일이네...' 생각하며
오늘은 좀 여유 부려도 되는 날이라는 생각에 헤헤...
꾀지지한 웃음을 흘린다.
아이들 등교 시키는 시간..
큰아이 먼저 스쿨버스 서는 정류장에 내려주며
'비 많이 오면 엄마가 학교 앞으로 갈께' 한마다 던져 주고..
숨소리까지 달콤하게 단잠에 빠진..
그 십여분의 달콤함을 즐기는 막둥이가 편안할수 있도록
운전도 살금살금 방지턱도 사알금 넘어간다.
가로수 푸른빛이 너무 이뿌다.
초록이 가장 이뿐 계절이 요즘 아닌가 싶다...
연초록으로 어제보다 더 풍성해진 나뭇잎들이
좀 지나치다 싶은 바람의 장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여뿌고...
가로수 아래 피어있는 철쭉이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교앞 마지막 두번째 신호등 앞에 서서
'아들~' 하고 불러 깨우는데 오늘은 지 알아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어찌 알고 일어났어?' 하고 물으니
베시시..웃는 웃음이 예술이다.
학교앞 마지막 신호등.
내려서 학교까지 걸어 들어가는데 4~5분...
신선한 바람 맞으며 걸어가면서 정신 차리라는게 내 방식인데
오늘은 그냥 학교까지 쭈우욱 들어갔다.
학교 교정의 초록이 너무 너무 이뻐서
가만히 앉아 초록이나 구경했으면...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학교잖어. 싶어 되돌아 나오면서...
가까운 길 내버려 두고
돌고 돌고 돌아~~
초록의 나뭇잎이 나만을 위해 곱게 단장하고 반겨주는 것 같은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좋다.
특히 아름드리느티나무의 연초록과
풀어해친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수양버들..
애기손 같은 은행잎...
그리고...이름을 다 알수 없는 수많은 나뭇잎들이 만들어 낸
아침 풍경을 누리며 돌아왔다.
공원에라도.. 잠깐 쉬어 가고 싶은 맘 굴뚝이였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잠깐의 여유를 느끼는 것 만으로 행복해 하며..
어제까지 일이 끝난 곳에 물을 주려고 서성이고 있는데
우리집 남자 전화 왔다.
'물 주려고...'
'내일 줘도 되잖어. 내일 일 하면서 주고 오늘은 그냥 좀 쉬지..'
'좀 많이 말랐어. 줘야 할것 같은데..'
'왔다 갔다 하려면 피곤하잖어. 쉴때 쉬고 내일 주지 그래 ~'
'왔으니까 틀어 놓고 갈께..'
'알아서 해.'
스프링쿨러 스위치 올려놓고..
잘 돌아가나 쪼그리고 앉았는데 들꽃들이 한들거리며 반갑다 한다.
잘 돌아가는 거 확인하고..
윗동 하우스로....
하나 둘.....확인하고 돌아다니고 다니는데
하우스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비 온다더니 진짜루 오는구나...
빗소리를 즐기며 조심스럽게 5센치쯤 자란 아이들의 초록을
살피다 나왔는데
부재중 전화가 남편한테 와 있다.
집에가서 전화해야지..하는순간 '어라~ 편지 왔네' 하는 소리
'전화 좀 받아라.' 남편이다.
'왜' 전화를 하니
'왜 전화도 안받고 그래. 집에는 계속 통화중이고..'
'미안..차에 폰 두고 좀 돌아 봤어. 집엔 어머니가 전화 잘못 놓으셨나부지.'
'물 내일 주라고. 천둥울고 번개 우는데 위험해서 안돼'
'뭐 위험할께 어딧어.'
'그러지 말고 내일 줘라잉~'
걱정이 늘어지는 우리집 남자 말은 잘 들어야지..
다시 아랫동 하우스로~~
쏟아지는 빗줄기와 으르릉 거리는 천둥..그리고....번뜩이는 번개..
잠시..
잠깐...하우스 안에 피신하고 앉아 있다가....
좀 빗줄기 가늘어지길 기다리는데 끝이 안보이길래
빗속을 달려 전기 스위치 내리고...
으흐흐..봄은 봄인가벼 비 맞아도 안 춥네...
다시 후다다닥 뛰어 차 안으로....
멍하니 앉아 빗줄기가 쏟아지는 세상을 바라다 본다.
하염없이..하염없이...
시간아 빗물따라 흘러가라 오늘은 나 한가하다~ 하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대문을 들어서니
울어머니 우산 들고 현관 앞에 서성이며 한말씀 하신다.
'물 틀어 놓고 왔냐? 천둥치고 비는 쏟아지는데 안와서 애가 얼마나 타던지..'
'예..물 틀었다 껐어요. 비온다고 한산아빠가 야단이에요. 뭐가 그리 급하냐고..'
난...잠깐 옆으로도 샐 수 없다.
걱정해 주는 사람이 이리도 많으니..
현관문 열고 들어서면서...
블로그 노래 바꿔야는디...싶었지만 울어대는 천둥번개가
내 컴을 또 잡아 먹을까봐 꾸우욱 참고..
방으로...
완전 어두컴컴...
영화관이 따로 없네
창문 쬐끔 손가락 세마디 만큼 열어 빗소리 초대하고..
탁히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생각나지 않고
오늘은 무조건 쉬라는 우리집 남자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마누라 하려고 다시 이불속으로...
생각에 생각의 꼬리 잡기 놀이를 하다가 잠이 들었나부다.
'야~ 야아..'
어머니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서 시간을 보니
어느새 열시....족히 한시간은 잤나부다.
맑아진 창가가 눈부시고..
쏟아지던 빗소리도 사라졌다.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다.
이 아무것도 아닌 여유도
가끔은 무지무지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