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바람 좋은 밤

그냥. . 2011. 5. 19. 22:59

바람이 너무 좋다.

좀 거친듯 불어대긴 하지만

느티나무 그 어두운 숲을 서성 거리는 소리도 좋고,

오늘 하루도 수고 했다는 듯 내 뺨을 어루만지는 느낌도 좋고,

흔들거리는 치맛자락 사이로 발목을 감싸고 도는

바람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다.

달은 떴을까?

달을 못봤네.

금방 아들넘들 데리고 들어오면서 하늘도 한번

안 올려다 보고 들어온건지..

아님 달이 나와 있지 않아서 기억이 나지 안는건지 모르겠다.

 

일을 하다가..

나 심심할까봐...

사실은 라디오 종일 듣고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은데

과잉 친절함으로 다가온 편두통 때문에

조금 일찍 집에 돌아 왔다.

어머닌 산악회 가시고..

거실 쇼파에 쓰러지듯 누웠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편두통약 하나 챙겨 먹고 누웠다.

아둠이  살짝 드리워지기 시작한 창밖에서 들려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랫소리..

어두워져가는 ...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아쉬워 하는 노래인지

그 소리가 참 청아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요즘 아기새들이 비행을 연습하는 시기인가?

우리집 마당에도 유난히 참새들이 많다.

사람을..

두렁이를 그닥 두려워하지 않는것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아기참새들이 분명한 것 같다.

그덕에 우리집 두렁이 덜 심심하고....

해질렼 편두통 때문에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여 주는 새들의 지저귐이

좋다.

어둠이 짙어가기 전

제집 찾아 들어들 갔는지...

잠잠해진 창밖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서성 거린다.

아카시야 향이 묻어 오나...

킁킁 거려 봐도..느낄 수 없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