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서..
월요일부터 우리집 남자는 다른 일이 있어 바빴다.
여름이잖아. 그래서 놀러 갈려고~
길게는 못가고 1박 2일로 아이들 데리고 가까운데라도
다녀 오려고 맘먹고
이틀은 혼자서 그럭저럭 내 할 몫은 해 냈다.
사실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은,
더 지치고, 힘들고, 할일도 많고,
따분하고 그렇지만 어쩔 수 있는가,
일은 해야하고, 놀러도 가고 싶고~ 그러니 어느정도는
끝내놔야 움직여도 마음이 편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넘한테 토욜~ 일요일 놀러가자 이야기를 꺼냈다.
큰넘은 좋다~ 하는데
작은넘이....유난을 떤다.
아무리 꼬셔도~
저만의 계획표가 이미 짜여져 있어서 안된다나 어쩐다나...ㅠ.ㅠ
그래서 물 건너 갔다.
작은넘만 떼놓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일은 엄마랑 작은아버지 문병 가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집 남자랑 셋이서..
근데..
연일 쏟아진다는 비에, 중부지방으로 폭우가 쏟아진다는 뉴스까지..
엄마가 장마 좀 지나가면 가자고 연락이 왔다.
문병가기로 한 약속도 미뤄지고,
1박2일 놀라가쟈~ 한것도 깨지고.......
꾀가 났다.
'자갸..나 오늘 놀면 안될까? 아직 작업하기도 좀 어리기도 하고
나 혼자 일하는 거 정말 힘들고 별루여.....
그리고 이래저래 여유가 많이 생겼잖어.'
'그래라. 어차피 아직은 좀 어리기도 하고, 며칠 더 키워서 작업하지 뭐.'
그렇게 해서 오늘은 뒹굴 뒹굴~ 하려고 맘 먹었는데...
주방쪽 베란다에 있는 오래된 싱크대 키큰장이 불안해 보인다.
요즘 장마에 습기를 먹어서 그런지 더 불안해 보였다.
어떻게든 저걸 처리해야겠다는 생각...
이미 거의 비워져 있긴 했지만 남아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고
의자에 올라가 가장 윗칸 문짝부터 떼어내기 시작했다.
남들 클때 뭐했을까..드라이버 돌리는 일도 많만찮다.
문짝 여섯개를 떼어내고..
중간중건 걸려 있는 선반도 떼어내고..
가벼울 줄 알았는데 제법 묵직하다.
위 두칸과 아래 한칸이 나사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
나사를 다섯개는 빼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집 남자 오면 함께 윗칸부터 들어내고
아랫칸 들어내면 될것 같은데...쉽지 않다.
거기다 나사 두개는 세월탓인지 뭔 탓인지 드라이버가 먹지도 않고,
주저앉아 어쩌나 어떻게 하나..한참을 고민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뜯어놓은 문짝을 다아 달았다..ㅠ.ㅠ
바보. 감당이 안될꺼면 시도를 하지 말던지...
몸만 지치고...
우리집 남자는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다시 원상복귀 시켜놓고, 정리까지 끝내고 나니 우리집 남자가 들어온다..
'뭐하냐?'
'이거...아무래도 불안해서 뜯어 내려다가 결국 포기했어.'
'니가 그걸 어떻게 하냐. 성질은 급해가지고...'
'하이고,,어깨야......'우리집 남자를 보니 엄살이 절로 난다.
'앵글 사다가 선반 짜 줄께, 저거 뜯어내 버리고 선반 만들어 넣자.'
'정말?'
'어. 정말....'
휴우..
남자들에겐 그렇게 간단히 말 한마디만 던지면 되는 일이
내겐 왜 이렇게 힘이 드는거야.
암튼..
한가한 날 틈 타서 튼튼한 앵글 선반이 들어 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