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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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옛날..
그러니까...30여년 전..
언니랑 나랑은..
늘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물 수대를...예전에는 수대라 했는데 지금은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아. 양동이..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대문을 나서서 50미터쯤 떨어진 공동 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양 팔이 늘어지도록 들어 날랐었다.
날이 더우날이면 맨발로 흙바닥을 밟아가며
양동이에서 흘러 넘친 물에 발이 흙투성이가 되든 말든
그렇게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썼었다.
우물 안쪽에는 빨갛고 동그란 누구 누구네 김치통이
노끈에 두레박처럼 묶여서 우물물에 담궈져 있었고,
우리도 저렇게 김치 우물물에 담궜다 먹으면 안되느냐고
철없이 물었었는데..엄마는 아무 대답 안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가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다가
두레박 끈을 놓쳐 버리면....
저 깊은 우물물에 둥두 떠 있는 두레박을..
이웃집 오빠들이 장대에 갈고리처럼 묶은 낫을 이용해
건저주기도 하고, 다른 두레박에 물에 빠진 두레박 끈을 조심스럽게 올려 건저주곤 했었는데..
그 오빠들은 지금 다 어디서 어떻게들 살고 계시는 지 모르겠다.
어느 그 무덥던 날..
우물가에서 머리를 감다가...
싸낙베기 할머니 한테 뒤통수를 철썩 철썩 얻어 맞은 기억...
머리를 집에가서 감아야지
다 큰 계집애가 먹는 시암물 앞에서 머리 감는다고 내리 치셨는데
어찌나 서럽고 아프고 놀래서 눈물이 나던지..
그 뒤로는 그 할머니만 보면
슬금슬금 피해다니는 버릇이 생겼었다.....
1년에 몇번쯤 우물물을 다아 퍼내고 바닥 청소를 하시곤 하셨다.
그 깊은 우물바닥에 이장 아저씨가 들어가 바닥을 긁어내고,
가라 앉아 있던것들을 치우고,
그러고 나면 또 금새 맑은 물이 차 오르곤 했었는데....
명절즈음이면 얼굴이 흐여 멀건한 서울사람들이 와서는..
'이 물 그냥 먹어도 되요~' 하고 꺽정스럽다는 듯이 물으면
별 이상한 소리 다 듣겠다며
대답대신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 벌컥벌컥 마셔대던 어른들...
아무리 추운 겨울이여도
그 우물은 얼지 않았었다.
아니 겨울에는 더 따듯했던것 같다. 그 우물물은..
그보다 더 시원하고.....맑고, 맛있는 물은 나는
지금 알지 못한다.
언제쯤부터인가...
그 우물물에 호스를 연결해서 집집마다 수도가 설치가 되고.....
관리가 소홀해진 탓인지 우수가 스며들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그 추억 가득한
몇백년 묵은 멋지게 생긴 향나무가 있던 그 우물은
처음엔 커다란 시멘트 뚜껑으로 덮여있더니 어느샌가 콘크리트 바닥이 되어
흔적없이 사라저 버리고.......
그 멋진 꼬맹이들의 짓굿은 장난을 다 받아주던 향나무는
꾀 비싼 돈에 팔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꼭지만 건드리면 쏟아지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마당에 큰 고무통에 담아 놓았다가
밤이 깊어지면..
언니랑 나랑 서로 번갈아 망을 봐 가며
마당 한 구석에서 달님 별님 눈치 봐 가며..
햇살로 데워진 물로 씻던 그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새롭다.
그때 그 물은 왜 그리도 오싹하니 차가웠는지...
물 온도 탓이라기 보다는...
어린 여자에들이 야밤에
마당 한구석에서 물 퍼 부어가며 씻는 듯 마는듯
땀만 닦아야 했던 빈곤했던 시절의 불편함 때문이였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그것마져도 그리움이라니...
세월은 참..
많은것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하는 능력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