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가고 있는 모양이다.
엇저녁부터 오늘은 우리집 남자가 바쁜 날이 될꺼라는 걸 예고 했다.
그건 결국 오늘은 혼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점심때쯤 일을 마무리 하고 있는데..
우리집 남자 혼자 고생하는 마눌이 마음 쓰였는지
그대로 걍 놔두고 집에 가라는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을까..하다가
금방 들어온다는 남편 기다리고 앉았는데 금새 따라 들어왔다.
'가자~'
'어디?'
'오늘 장수 가야한다고 그랬잖어.'
'밥은 먹고 가야지..'
'내가 사줄께. 한시간 정도면 도착해서 대충 일 보고
점심 먹고 오자.'
'지치는데....쫌 쉬었다 가면 안돼?'
'얼른 다녀와서 쉬는게 낫지 않겠어?'
해서 길을 나섰다.
찾아가야 하는곳이 초행길이라...
불러준 주소대로 네비를 찍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한시간여를 달렸을까......
엉뚱 땡뚱한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잘못 됬구나 싶어
우리집 남자 다시 전화를 해서 주소를 확인하니.....
장수군 산서면..어쩌고란다.
나도 분면 장수군 산서면 어쩌구를 찾아 검색했는데...어쩌구가 없어서
잘못들었겠거니 하고 어쩌구와 비슷한 저쩌구를 검색해
갔었는데..
중간에 터치패드인 주소검색해 들어가다가 산서면이 아닌 계남면이
선택되어져 있었다는....
극과 극이라고.......
휴~
우리집 남자 잠깐 버럭~ 했지만...
어쩌겠냐. 지나간 일인데..하며 다시 검색된 곳으로 달리고 달리고~
만나기로 한 사람 만나서 일 보고,
다른곳으로 이동해서 또 한곳 둘러 볼 곳이 있어 가는데..
금방 갈줄 알았는데 거기서 거기 거리가 또 만만찮다.....
'배고파..'
'그러게 일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나는 밥 먹었거든..'
먹었거든....먹었거든...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짜증이 화악..
밀려들기 시작했다는..
'먹었으면서 또 먹자 했어?'
'어..형님들이랑 좀 일찍 먹어서. 너 사주면서 간단하게 옆에서
먹으려고 했지..'
그렇게 볼 일 다 보고 난 시간이 4시.........
전주로 돌아오는 길..
길거리에 온통 식당들 간판만 눈에 들어오고..
평소에 즐겨 먹지도 않는 것들이 참 맛있겠다는 생각.......
그치만 남편은 바쁘다. 나도 안다.
전주 도착해서 한군데 또 들려야 할 곳이 있고,
도매시장도 다녀와야 하고....
그리고 늦지 않은 저녁 시간에는 남편이 재무로 있는 모임이 있는것이다.
남편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말 한마디 거들 기운도 없고,
자꾸 짜증만 늘어졌다.
배고픔...............
그것도 아무리 아침 다섯시에 먹고 점심을 건너 뛰었다 해도
결국 한끼 건너 뛰었을 뿐인데
짜증이 버럭버럭 났다.
'마트에서 뭐라도 사 줄까?'
'아니..집에 가...'
'저기 들렸다 가야는데...'
'....................'
'김밥이라도 사줄까..'
'아니...그냥 가. 집에..'
그렇게 그렇게 짜증을 퐁퐁 자동 분사하며
한끼 굶은거에 대한 욕구 불만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었다는...
집에와서..
라면 끓여 먹고...
배 든든해지니 금새 미안해지고 후회 했지만
지나간 일은 되돌이킬 수 없는 일..
김여사....
이제 늙었나부다.
예전에는 스트레스 쌓이면
소화를 제대로 못 시켜 고생하느니 안먹는게 낫다 생각하고
하루이틀쯤 건너 뛰는 건 일도 아니였는데...
한끼 굶은거 가지고 짜증 백배라니.............
김여사 좋은 시절도 다 가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