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나는 지금 고슴도치다..
그냥. .
2011. 9. 16. 19:53
설거지 통에는
그릇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고,
후라이팬 두개에는 오늘 남은 찬밥이 바짝 얇게 없드려
원하지도 않는 썬텐을 하고 있고..
그 구수한 냄새가 집안 가득 진동을 한다......
머리 위에선 벽걸이 선풍기가
철도 모르고 멍청하게 일 시키는 김여사의 머리카락을
당해보라는 듯이 흔들어 대고 있다....
스피커가 찢겨져 나가도록 '도무지 알수 없는 한가지... 어쩌고 저쩌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라는 노래가 미친듯이 흘러 나오고 있다.
방에선..
티비 소리가 범람한 강물처럼 쏟아져 들려오고.........
거실엔....
정신 없는 이 상황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언제쯤 정리 될껀지...
우려스러운 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전쟁?
전쟁!
휴전?
휴전!
몰라. 뭔지..
다만..........
집안을 가득 채운 기계에서 흘러 나오는 잡음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소리는 없음이다..
지나치게 큰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한 난데
지금은 내가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내가
좀...
많이
예민한 부분 있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하고, 화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자꾸 생기는 불협화음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집 남자가 문제고..
안으로 보면..
그 중심 한축에는 내가 있다.
그 밑바닥에 뭐가 있든 없던..그렇다.
난..
지금 고슴도치다.
다가오면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