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4

가을 밤..

그냥. . 2014. 9. 25. 20:07

어느정도 하루 일과가 정리 되거나

여유가 생기면

어김없이 컴앞에 앉는다.

습관이다.

커피 마시는 일처럼..

예전엔 노트한권 펼쳐놓고 볼펜 들고 있었는데

이젠 컴앞에서

손가락 톡톡 거리는 것이 젤로 편한 글쓰기이다.

언제쯤부터였을까?

일기라는걸 쓰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내가 쓰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것은

사춘기 시절 부터 아닌가...싶다.

뭔가 세상에 불만도 생기고,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벗아나고 싶다....내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부터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물론 그 전부터도..

다른 숙제는 미뤄도 일기는 미루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여고시절에

국어선생님께서는

국어 노트 한쪽 페이지는 시와 그림으로

다른쪽 페이지는 필기를 하라 하셨는데

그 어떤 것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몇장씩 더 앞질러 좋아하는 시들을 베껴쓰고 색연필 또는

색색의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엔 소질 없었지만..

베껴 쓴 시 옆에 그리는 그림은 나름 즐기는 편이였었다.

그때 좋아했던 시로는 '평행선' '공존의 이유' '꽃'

또 뭐가 있더라....

'파랑새' '홀로서기' 등등등...

기억에 남는 제목들이 많지 않다.

그치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시는..

"평행선'이라는 시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될듯 말듯...

입안에서 시어들이 튀어 나올듯 말듯...그렇다.

참 좋아했는데..

그땐 그냥 좋았다.

일기 쓰는 것이나..

낙서 끄적이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들이..

지금...

지금의 나는?

낙서 끄적이는 건 없다.

펜 잡을 일도, 노트 앞에 있을 일도 거이 없으니까..

어쩌다 정말 어쩌다 아무것도 할수없는데

무진장 심심할떼

글보다는 쓰잘데 없는 그림도 아닌 낙서들도

끄적이는 일..

글쎄....일년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 그런거 같다.

책?

책은 여전히 욕심이 많다.

그치만 즐겨 읽지는 않는다.

왜냐구?

나도 몰라.

여전히 책은 좋아하는데 내것으로 만드는 건 게을러서

잘 안한다.

다만..

장거리 여행을 할때

기차를 타거나 고속버스를 타는 일이 생기면

꼭 역이나 터미널에서는 책을 사고

그 책을 다아 읽거나 절반쯤 읽는다.

근데...그 뒤로 남아있는 그 책장들을 끝까지 읽는 일은 그닥 많지 않다.

그것이 어쩌면 책 보는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일기 쓰는 건..

글쎄...

위 셋중에 젤로 좋아하고 젤루 잘하고,

젤루 규칙적으로 했었던 것 같은데..

늘 재미있었다.

삶의 활력이기도 했고

반성의 거울이기도 했고,

가끔은 짙은 화장속에 나를 숨기듯

나를 치장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었겠지.

뭐 별루 자랑질하려는 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것 또한 순전히 내생각이니까..

참...좋아햇었는데..

지금은...

커피 마시는 일처럼 컴속 일기장 앞에 앉는 일이

습관이기는 하지만 재밌거나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만족스럽거나...

그런것은 모르겠다.

그냥 일상일 뿐이다.

가끔 커피맛이 더 맛나게 느껴지듯

그런 만족감이 있기도 하지만..그뿐이다.

종종 일기 쓰려고 앉았다가도 멍하니 앉았다

그냥 닫아 버리는 일 많아도

뭐그냥 그런가부다..싶다.

예전엔 일기를 안쓰면 하루가 안가는 것처럼

그랬는데 말이다.

나이탓인가...

재미가 없어진 것이?

아님...

어쩌면 열정이 식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상 순간순간 작은 에피소드를 찾는 일이 게을러진 탓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커 버려서...

우리집 남자가 여전히 바빠서...

마음으로 이러쿵 저러쿵 파도치는 일이 많지 않아서..

내 삶이

내 나이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탓에

그냥 날이면 날마다 거기서 거기...그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내가 일기에 무덤덤해진 것이..

삶에 무덤덤해진것 같아서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것 같아서

가끔은 쓸쓸하다.

그 즐거움이나 기쁨의 이유를 밖에서 찾으려 했는데

문제는 내 안에 있는것 같아서 가끔은 우울하다.

정말로 나 나이 늙어가나부다...

아니..어느 시인의 말처럼 깊어지나 부다.

깊어지나 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