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14. 12. 26. 20:33

날이 아주 많이 춥거나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이면

집에 돌아와 주방에 들어가는 일이

억지춘향 숙청들러 가는 거 만큼이나 꺽정스럽다.

따라 들어오는 어둠을

현관 문 앞에 세워두고 마악 들어서니

어깨에 밀려드는 피곤함..

옷 갈아입고 침대옆에 어설프게 앉으니

컴앞에 앉아 있던 아들넘이

엄마 배고파..한다.

못들은 척...

폰 들여다 보고 앉아 있으니

배고픈데...한다.

이눔아 엄마 잠깐만 쉬고.. 해놓고도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밥...안먹고 살면 안되나..싶은 날..

그래도 엄마라고

막둥이넘 배고프다는 말이 무섭긴 하다.

오리로스 사다 놓은 거

칼질해서 접시에 소금과 후추 뿌려 놓고,

파절이 하고,

상추 씻어

불판에 구워 맛나게 먹었다.

나가서 먹으면 오만원은 족히 더 들어갔을~

집에서 만오천원이면 셋이 족히 먹고도 남는다.

큰넘이 없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요즘 군대에서 휴가나온 친구들 만나느라 바쁘신

아들넘 기다리다가 암것도 못할거 같아서리

맛나게 먹었다.

아들넘 먹고 싶다면 그날 또 먹음 되지..싶고..

우리집 남자 젤먼저 자리를 뜨고,

아들넘 식탁에서 멀어져 간 사람이 되어

티비 앞으로 다시 모여 하고...

뜨거운 물 퐁퐁 품어가며 설거지를 하며 드는 생각...

이렇게 방안에서

뜨거운 물 퐁퐁 써가면서 주방일 하는데

가끔 왜 그리 싫은지 모르겠다. 싶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이지 밥 먹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니 종종...

아니..

아주 자주 남이 해 주는 밥 먹고싶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