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날..
흐린 날..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가도
가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흐린 가을 하늘 때문이리라..
일을 하는데..
하우스가장자리에 괭이밥 꽃이 노오랗게 피었다.
내 새끼손가락 손톱보다도 더 작게..
왠지 애처로운 모습의 노란 빛이라니..
여린 꽃잎에서 서두름이 느껴진다.
약해진 햇살 탓인지
흐린 바람 탓인지...
이쁘기도,
귀엽기도
아련하기도 하다..
꼽아야는데..
뽑아 버려야 맞는데
여기는 내 구역이고,
괭이밥은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두면..금새 씨앗이 엉글테고,
그러고 보면 내년에는 또 어김없이 올 해 처럼
잡초와의 전쟁이 이어질텐데..
손을 대지 못했다.
한여름이면..
햇살이 넉넉하면..
급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당연...한치의 망설임 없이 일손을 돌려 뽑아 버렸을텐데...
가려진 햇살의 온기를 찾으려는 듯
바르르 떨고 있는 듯한 노오란 꽃잎을 보니
손이 거칠어지질 않는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까?
아녀~
일하다 말고 뭐하느냐고 우리집 남자한테 한소리 들을 껴.
저 꽃은 또 어떻고,
내가 뽑아 버릴까 말깔...
저 어린것의 킬러였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렇게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듯 그저 햇살만 찾고 있잖어..
.....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데..
잡초라 이름 지어 져 뽑혀져 나가야 하는 많은 것들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흐린 가을 하늘 탓이리라..
세상에 이뿌지 않은 꽃은 없다.
그 흔하디 흔한 쇠비름 꽃도,
여뀌도,
망초꽃도....나팔꽃도..
이름을 알수 없는 수없이 많은...
도로 가 언덕이 아닌
밭이나 논에서 피었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잘려나가고
뽑혀 나가야 하는 수없이 많은 이름을 알수 없는 꽃들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그저..
내 욕심에 그들을 거두어 내는 것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