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5

안개 낀 아침..

그냥. . 2015. 10. 17. 14:08

아침 다섯시 좀 너머

우리집 남자가 깨운다.

'안개가 엄청 꼈다~' 하면서..

'쫌 늦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지 뭐.'

아침 첫 마디가 내 한나절의 시간을 좌우 했을지도

모르겠다.

일곱시 안되어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다른날보다 버스 시간이 늦다.

오늘은 서울 가는 사람이 유난 많은 모양이였다.

그래도 뭐..두시간 삼사십분이면 가니까 늦지는 않겠지...

싶었는디..

안개가~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차들은 제 속도를 못 내고,

작은넘은 지갑 잃어버렸다고 전화 오고...

큰넘은 목 아프다길래 병원가라 했더니

귀찮다 하고~

이렇게 저렇게 일이 많은 날 아침..

열시 반이 다 되어 서울에 도착했다.

다른날 같으면 열시면 충분할 것을...

서두른다고..서두른 것이..

친구들 카톡이 날아드니 더 마음은 바쁘고,

3호선 타고 가다가 약수역에서 내려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면 된다는 걸 이미

폰으로 검색해서 머리에 집어 넣고 있었으니

지하철이 낯설시는 않았다.

사람이 북적이지도 않았다.

한정거장 두 정거장....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정거장을 세다가...

내렸다.

쫌 낯설다..

이상하네..

너무 한산해...

사람도, 가게들도...

춘천이 어떻고....경인선이 어떻고....

두리번 거리고, 폰 뒤적이다가

한가한 가게에 들어가 물었다.

6호선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6호선 없는데요~

여기 약수 아니에요?

옥수에요~

네!

뻥......멍.....

더이상 가게 젊은 아저씨~는 말이 없고,

지나가다가 우리 이야기를 들으신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내렸던데로 돌아가 다시 타고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약수라고...

흐미 흐미...흐........................미..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때는 이미 약속시간인 열한시가 훌쩍 넘어 서 있었다는 거지

다시 기다리고, 타고, 내려서 갈아타고..

마음은 달려가는데

지하철이 기어간다.

마음이 바쁘니 더워 외투도 벗어 들고 달려가니

저만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기다려주는 친구들...

흐흐흐...

사십여분....여섯친구가..

나를 위해 차가운 계단 바닥에 앉아 기다려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

급할수록 다시한번 확인 하라는 교훈

머릿속에

가슴속에 새기며.......

약수. 옥수..

이 비슷한 이름의 역들은 왜 세정거장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어 나를 헤매게 만들었는지......

지하상가 내에 상인들은 길 묻는 사람들이

그저 귀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길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는 절실하다는 걸...

조금만 더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면

얼마나 얼마나 고마울까....싶은 생각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