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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첫번째 편지
아들아~ 엄먀야.
점심 먹으러 들어 오면서 우체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신문 같은 것만 보여서 오늘도 안 왔나~그러고 있는데
아빠가 아들 편지 왔다~ 하며 두통이나 건내 주시더라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아들 본듯 반가운 거 있지.
엄마가 우표를 너무 조금 사서 보냈을까?
소포가 22일 화요일 날 보냈는데 29일 화요일 날 받았다구~ 일주일이나 걸리네.
그렇더라구. 군대는..형때도 그랬던 것 같기는 한데 참 많이 걸리기는 하네.
엄마가~ 수료식 때 우표 많~~~~이 사갈께.
부족하면...엄마 말고~ 친구들한테 먼저 써도 괜찮아. 엄마는 너만 잘 있으면 되니까.
지금쯤 마악 울아들 훈련 끝났을라나..
1월 6일 오후 다섯시 삼십칠분을 마악 너머서고 있구나.
오늘은 날이 제법 추웠지. 어제보다 제법 많이 내려간듯 싶드라. 바람도 불고 해서 울아들 훈련하는데 더 고생하고 있겠구나나 싶었지.
엄마가 폰에 깔려있는 어플로 보는 날씨보다 훨씬 추운가 보구나.
어플속의 날씨는 영하 17~8도까지 내려 간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오전 아홉시 날씨가 영하 17도인 적 있었다면서
그르게...얼마나 추울지 엄마는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데
그곳에서 아들이 고생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구나.
처음..그러니까 입영일자 본인선택 결과가 102보로 나왔을적에....정말 까마득 했었잖어.
그때가 언제니..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 그래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흐르겠지. 그렇게 흘러 웃으면서
옛이야기 하듯 말 할 날 올꺼야.
니 말대로 이런 경험이나 고통이나 아픔들이 니가 앞으로 살아가는 날에 좋은 뿌리가 되어 너를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줄꺼라 믿는다.
오늘은 수요일이네. 시격훈련 중반에 접어 들었겠네.
아들 중학교 때 사격 해본적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너희 중학교 사격부 그래도 꽤 이름 있었던 걸루 기억하는데
그 도움과 기를 좀 받아서 울아들 사격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무수면 훈련이 많이 힘들었구나.
그랬을꺼야. 2박3일 동안 잠을 못잔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이겠니.
그 힘든 훈련을 호랑이 입문 훈련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의 정신력이 필요한 훈련이라는 것을 각인 시키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생각 해 본다.
그래도 아들~ 잘 견뎌 냈잖어.
무수면 들어가기 전날 불침번까지 서서 더 힘들었겠구나.
나라사랑 카드가 아이비케이로 바뀌었다고?
뭔 적금을 그리 욕심껏 하십니까 아들~ 너무 뻑뻑하지 않겠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퇴소식날 엄마랑 이야기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으다.
아들아~
아들~ 화생방 훈련도, 잘 마치고, 제식훈련도~ 분대원들이 합심하여 다시 잘 해냈겠지.
그래. 뭐 한번에 안되면 두번에 하면 되는거고, 두번에 안되면 또 다시 하면 되는거지 뭐.
그래도 한번에 하면 좋은디! 그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와가며 제대로 할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감사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아~성당에 갔을 줄은 몰랐다~
거기서 울아들 사진 하나 득템했으..흐흐흐흐...
니가 안 갈켜 줬으면 모를 뻔 했잖어.
기독교 종교행사 재밌고 힐링이 된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여.
파란 보드마카로 쓴 편지 봤찌 ~ 엄마 생각해서 겹쳐진 글자 위에 볼펜으로 다시 써 놓은 덕분에
읽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지. 아들 마음이 우루루루 엄마 마음속으로 밀려들어 와서 울컥 했을 뿐~
울지 않아. 엄마.
걱정 하지마.
엄마가 왜 울겠니. 니가 거기서 울지 않으면..
니가 거기서 잘하고 있으면.. 잘하고 있는 척이 아니라 정말 잘하고 있으면 엄마는 울지 않아.
어쩌다 눈물 흘릴 수 있겠지만 그것은 말야. 아들~ 감사와 대견함과, 안도와, 안쓰러움이 뭉쳐진 그저 그냥
끈적한 엄마 마음이니 괜찮아.
엄마 아들이 괜찮다면..엄마는 다아 괜찮어.
아들~
오늘은 엄마가 편지 한통 더 써야 할듯..할말이 너무 많다.
에이포용지 한장 너머갈까봐 나눠 쓸께~ 아들....저녁 맛나게 먹고~
1월 6일 두번째 편지~
아들~ 흐흐흐...
아까 쓰고 또 쓰네. 엄마가 오늘은 이상하게 아들이랑 둘이 앉아서 수다 떠는 기분이 들어.
우리 아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아들이 엄마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렇게 너랑 같이 앉아 이야기 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음에 오늘 또한 감사하지~
오늘도 훈련하느라 녹초가 되었을 아들아.
너무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바닥이 난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못할거 같은데 뭔가 또 해내고 있는 너 자신을 보면
참 대견하지 않니? 너에게 너 스스로 대견하구나...칭찬주렴~
어깨 두드리며. 아님 마음속으로~ 우와~ 설한빈 대단한데~ 하고 말야. 엄마 아들 정말 정말 대단 해.
짬짬히 하루를 정리하는 건 참 좋은 습관이라고 엄마는 생각 해.
아들아~ 그 정리하는 시간의 손톱만큼의 시간을 쪼개어 좋았었던 순간 순간을 기억해 내 봐.
힘들었는데 동료가 어깨 두드리며 위로 해 줬다거나, 찌뿌등한 날씨가 너무도 추웠는데 급 밝아진 햇님이 참 따듯하게
느껴졌다든가~ 하는 사소한 긍정의 순간들을 기억해 내고 생각하고, 한번 씨익 웃을 수 있었음 정말 정말 좋겠구나.
아참참..
니 페북에~ 엄마는 니 페북에 친추가 안되어 있어서리~
니 폰 켜서.....'한빈이 엄마에요~ 편지 보내주실 때 보내시는 분 주소도 부탁드려요. 아들이 답장을 못하고
있다네요.~'하고 써서 올렸어.
그리고 바로 폰 껐어.
엄마 알지~ 아니 뭐 잠깐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 있었지만 아들이 별루 좋아할 것 같지 않으니 엄마 그 궁금증은 뭐 꼬깃꼬깃 접어 휴지통에 날려 버렸지~
배고픔도, 훈련의 일부분일까?
잘 먹어야 힘이나서 열심히 훈련도 할것 같은디...그치 아들~
울아들이 배고프다니 ....많이 먹는 넘도 아닌디 말이다. 배고파야 정신이 번쩍 드나?
알수는 없지만 그것 또한 훈련의 일부분이라면 감당하는 수 밖에.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어 두어야겠구나.
아들~
우리집 버들양~ 가출 했었다.
흐흐흐...가출했다가 아니고, 가출 했었다고.
어저께 아침에 할머니가 그러시는 거야. 강아지 한마리 없어 졌다고~
놀라서 창물 열어보니 정말로 없드라고,
밤에 별 소리 못들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엄마 또한 너같이 예민해서 잠귀가 절벽은 아니거든..
분명 밤새 뭔 일이 있었음 알았을텐데 몰랐어.
근디...없어. 어디 잠깐 목줄 풀려 나갔나~ 하고 동네 몇바퀴 돌아도 안 보이고, 점심때도 안들어오고,
저녁때 일 끝내고 들어왔는데도 없드라고~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알수 없어 답답했지
돼지 혼자 예민해가지고는 킁킁 거리고, 멍멍 거리고~ 아빠는 차로 주변 돌아보고.....
이뻐서 누가 키우려고 데려갔나...싶기도 했지. 근데 엄마는 별루 걱정이 안되는거야. 그래서 아빠한테 그랬지
어쩐지 돌아올것 같으다고~
근데 밤이가고 날이 또 새도록 안오는 거여.
오늘 아침에 멍멍돼지 밥 주고 나가려고 아빠랑 마당에서 버들이얘기 하고 있는데
어디서 멍멍~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거야.
그래서 멍돼지 봤더니 갸는 아니고~ 앞집도 아닌 거 같고 해서 봤더니 옥상에서 소리가 나드라~
아빠가 올라가 봤더니 거기 있네.
요넘이 어제는 분명 없었는디~ 언제 와서 옥상에 올라 갔을까?
아무리 내려오래도 안 내려 오고~ 그래서 아빠가 안고 내려왔어. 그때서야 어찌나 반갑다고 꼬리를 치는지
돼지는 엄마 찾아 좋다고 난리가 아니고~
버들양 속마음은 뭐였을가?
나가보니 개~ 고생이더니다. 근디 돌아와 아무 일 없는 척 하기는 민망해서 옥상 행?
아님....왜 나 집나갔는데 안찾아요~ 하는 삐침의 표현이였을까?
암튼지간에 버들양의 1박2일의 짧은 가출은 스스로 컴백홈 함으로써 끝이 났다.
오늘 저녁은 거~하게 한상 차려 줬어. 북어 대가리에 멸치 푸욱 푸욱 삶아 샤료 말아 줬으니 더이상
집 나갈 생각 안허겄지~
아들~
오늘은 아들이랑 밤새 이야기하듯 편지를 쓰고 쓰고 또 써도 끝이 없을 듯 싶구나.
못다한 이야기는 내일 또 하기로 하고~
오늘 저녁도 마무리 잘 하고, 별일 없이 하루 또 지나갔음에 감사하자.
몸도, 마음도, 그리고 관계도 건강하자~
아들~ 잘자~ 내일 또 엄마가 편지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