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16. 1. 16. 09:09

아들아~안녕!!

아침 햇살이 엄마만큼 게을러서 밍기적 밍기적 구름을 걷어내고 이제 마악 빛을 내기 시작했단다.

잘 잤어? 아들~

1월 16일 아침 8시 42분이여.

오늘은 엄마 휴일이라~ 휴일이래도 아빠가 워낙에 아침 일찍 식사를 해서 맘껏 게으르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어둠이 걷히기도 전 새벽에 아빠가 볼일 있으시다고 동네 한바퀴 돌러 다녀오신 덕분에 엄마가 쫌 더

게으른 아침을 맞이 할수 있었단다.

울아들도~ 아침에 기상하는 일이 죽을 맛이지~

안그래도 아침 잠 많은 나이에 날이면 날마다 몸으로 부대끼는 훈련들 때문에 아침마다 눈꺼플이 천근만근이겠구나.

눈꺼풀 무게는 천하장사도 감당하기 힘들다는디 울아들은 지금쯤이면 기상나팔소리 띡~ 하고 울릴라 하면

눈 번쩍 뜨는 거 아녀?

눈은 잘 뜨잖어. 일어나기 싫어서 뭉기적 거리기는 해도~ 그치.

아들~

토요일이다. 오늘은~ 토요일이여서 추운데서 몸으로 하는 훈련은 없겠지?

몸이라도 좀 편안한 날이였음 좋겠으~

어제 행군했니? 15일 금요일날 행군 했니? 정확하게 아는게 없어서리~

발바닥 물집 잡히지 않았어? 종아리 근육도 뭉쳤겠다. 어깨는? 완전군장 무게도 20kg 정도 된다고 하든데

울아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구만~

물론 엄마 걱정하고는 상관없이 울 아들 잘하고 있을꺼라고 믿고 있지만 몸과 마음으로 느껴졌을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짐작이 되질 않는구나.

아들~ 1월 15일~ 엄마가 어디서 주워 본 봐로는 부대 창립일이라고 들었는디~

개똥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뭔 행사가 있었을까? 아님..쉬었을까 ? 아님 행군만 했을까?
흐흐흐...

집안에 앉아서 지구 반대편 소식까지 아는 세상에 아들하고 엄마는 참말로~ 응답하라 1988도 아니고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좋은 것은..이렇게 아들한테 틈만 나면 편지 쓰고 마음 전화고 아들 편지 기다리고 편지 받고 한다는 거지

손끝으로 세상끝 소식을 알듯이 너 있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수 있다면 이렇게 앉아 엄마가 엄마가 톰나는대로

아들에게 편지 쓰는 일은 적어질꺼잖어.

그래..

좋게 생각하자. 좋게 생각하자.

수료식도 다섯손가락 안으로 들어왔고~ 오늘 내일은 휴일이니 몸 힘든 훈련을 덜할테니 그래

그것만도 감사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자.

아들~

엄마랑 아빠랑, 형이랑 정읍 가 . 오늘

외할머니랑 통화 했는디~ 한빈이도 오면 좋은디~ 하드라구..ㅠ.ㅠ

허긴 형 군대 있을적에 우리 가족 제주도 갔었잖어. 그때 형 마음이 이땠을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아들~ 오늘역시 추워요~

따듯하게 몸 관리 자알~ 하시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기분좋은 하루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들~ 몸도, 마음도, 관계도 모두모두 건강하게 관리 자아아아알~ 하자.

아빠가 커피 달래.

아까 마시자 할때는 안마신다 그래서 엄마 혼자 마셨는디~ 느그 아빠는 보면 가끔은 청개구리 같다~ 흐흐흐..

아빠한테는~ 비밀이당!!

 

아들아~ 엄마야.

감기에 쩌들은 아들 목소리 엄마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새해 첫날 통화 할때 그때도 감기 걸렸드만 아직까지라니....감기가 너무 오래 가는 거 같아.

생전 처음 경험하는 추위에 훈련에 몸이 피곤하고 따듯할 사이가 없으니 감기가 안나가는 모양이다.

수료식날 양구 시내에 있는 내과라도 가야 할것 같다.

목소리가 엄마 귀에는 안좋게 느껴진 것은 니 말대로 작게 이야기 해서 그런거라 믿을께.

형도 그랬던 것 같다.

목소리가 안좋네 아디 아프니? 하고 물으면...그곳 분위기는 잘 알수 없지만 조용조용 이야기 해서 그렇다 했던 것 같다.

아들~ 오늘은 아들이랑 통화 한~ 1월 16일이여. 시간은 아홉시 삼십사분이고.

외가집 갔다가 들어온지 십분 쯤 됬어.

외숙모가 두 애기들 데리고 오고~ 삼촌은 어제 휴가까지 냈었는디 회사에 바쁜 일 생겼다고 휴가 반납하라고 해서

반납하고, 오늘도 출근했다는구나

삼촌 보면..큰 회사라고 뭐 그닥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어.

이모랑 아라, 아영이누나도 왔었어. 이모랑 외숙모는 할머니 집에서 주무시고 내일 올라 가신다는데

우리는 올라왔다. 내일 일해야 해서리~ 너한테 가려고 2박 3일 쉬려면 좀 바삐 움직여 줘야 하거든

방바닥이 냉골이다. 울아들 잠자리도 이렇게 냉골인가..그래서 감기가 안 나가나 싶다.

하긴 그 많은 애들 집에서 처럼 따듯하게 재워주면 좋겠지만 그건 허무한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행군 대신에 산 탔다고~

산 타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지. 울아들 얼른 수료식날 와서 단 몇시간이라도 뜨끈뜨끈하게 

몸 좀 풀어 줬으면 싶다.

그러면 감기가 나가주지 않을까...싶은디...그넘의 감기는 참...

증상이 어떤지 물어볼껄...여기서 약이라도 지어갈수 있었음 좋았을 것을..

아들~ 엄마랑 아빠랑만 가서 서운하니?

형은...22일날 12학번 동기들 국가고시가 있어서 새벽에 공고 가야한데.

근데 22일 새벽이면....엄마랑 아빠는 너 있는 양구에 있어야 해서리~

그리고 여럿이 가면 울아들 푸욱 쉬는데 방해 될거 같다는 생각도 했어.

그냥 무조건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을것 같아서 그랬는데 울아들 서운한가?

아들아~ 몇시간 푸욱 쉬면서 어떻게 감기 털어버릴 생각을 좀 해보자.

내일은 그래도 일요일이라 몸은 좀 덜 피곤하지.

그리고 다음주는 제식훈련 죽어라 받겠구나.

1차에 합격 못해서 다른 분대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합격했으니 이번에는 잘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월은 간다.

시간은 가고 있어. 수민이가 벌써 5학년 올라가고, 태린이가 초딩 되고, 신미가 고3 된다드라.

아영이 누나가 스물여섯이래 그새..

지금은 1분 1분이 한시간 한시간이 너무너무 길고또 길게 느껴지겠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인 것을..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아들~ 건강했으면 좋겠는데 감기를 너무 오래 앓고 있어서 엄마가 마음이 안좋아~

아들..

건강하자. 너를 지탱해주는 정신과 너를 일으켜 세워 서게하는 몸과 너를 둘러싼 관계들까지도

문제없이 건강하고 건강하자.

정말로...진짜로...니 감기 엄마한테 왔으면 정말 정말 좋겠는데~ 그것 또한 마음대로 안되네

아들..

춥거든 내복 두벌씩이라도 껴입고, 뜨끈하게 땀 흘리고 한번 자 볼 수 있으면 좋겠구만..

잘 자라...그리고 따듯한 국 나오면 많이 먹어 줘. 물도 감기 걸렸을적에는 많이 먹어주는게 좋은디 싶다.

잘 자고, 내일도 좀 편안하게 보내고 엄마 또 편지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