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9

비가 내리고 있다.

그냥. . 2019. 12. 26. 10:15

비가 내리고 있다.

눈이면 더 좋을 날에 비가 내린다.

올해는 눈 보기 힘들 모양이다. 오늘 같은 날..

비 말고 눈이면 마음만이라도 참 포근할텐데 아쉬움이 든다.

요즘은 뜨개질에 미쳐 살고 있다.

작년에 열심히 떴던 목도리가 소용 없게 된게 못내 아쉬운 것은 아닌데

다 풀어 국수 옷을 만들면 몇개나 만들까 계산도 해 보고

어른 남자, 쉰 넘은 아줌마 여자의 것으로 뜨고 남은 실들이라

작은아이 말대로 노티 난다는 국수 옷을 오늘도 열심히 뜨고 있는데

색이 거기서 거기니 좀 지루하긴 하네

그래도 라디오 들으면서 시간 보내기에는 이보다 좋은 소일 거리가 없다.

나 한 뜨개질 해~ 하고 자랑하고 싶은데

조금만 검색해보면...흐미...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들에 기가 눌린다.

쫌이라도 젊었을 때 뜨개방이라도 해 볼껄...하는 아쉬움이 한방에 날아가 버린다.

그래 그냥 자기 만족인거지

울집 강아지 옷이나 뜨고, 내 아들 장가가서 손주 생기면 손주 옷이나 떠 주고...

오늘은 또 갑자기 양말 하나 따 볼까 싶은 생각이 드네

뒤꿈치 부분을 요렇게 요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뿌듯하다.

물론 현실로 내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될지는 모르지만...

안된다면야 뭐. 동영상 도움을 좀 받으면 그것 또 아무것도 아닌 문제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참 어이가 없었다.

뜨개질 역사가 몇년이고,

올해만 해도 풀어버린 것까지 해서 국수 옷만도 여섯개나 만들었는데

끌어올려 고무뜨기가 안되는 거다.

뭐여...

치매 아녀? 싶을 정도였다.

분명 눈감고도 할 수 있는 거였는데 안 되다니...

마음은 아닌데 몸이 분명 뜨개질을 거부하고 있는게 맞는 모양이다 싶어

잠시 숴었다 하니 되드라구...

정말 치매 아닌가 싶어.

글구...배색고무뜨기..

이넘..

작년 아니 제작년에 분명 이걸로 넥워머를 떴었는데

동영상 보고도 안되는 거야.

물론 시작에 약간 변형을 두고 원통 뜨기로 시작했지만 말이야.

원통뜨기 포기하고 그냥 배색뜨기도 안되서....포기 하다가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해서 결국은 해 냈지만..

강아지 옷 목부분으로 뜨기엔 너무 엉성하드라는 거지..이쁘긴 한데 늘어져.

말그대로 제대로 된 고무뜨기가 아니고 변형고무뜨기이다 보니 신축성이

많이 떨어지는 거지.

그래서 결국 그건 사용 안하기로 했어.

이러다 또 잊어 버리겠지.

그럼 뭐 또 어느날인가 다시 해 보겠다고 눈이 빠져라 들여다 보고 있겠지.

그렇지만 두번 해 봤으니까 처음 할 때보다는 두번째 다시 배울 때 보다는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참 단조로운 생활.......

국수가 없었다면, 뜨개질이 없었다면 더 단조롭지 않았을까 싶다.


비는 오고..

몸 만큼이나 마음이 우울해지려는 나의 연말...

뜨개질로 꽉꽉 꽉 채워 아무것도 침투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동여 매야겠다. 목도리 동여매듯 뜨개 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