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탁상 거울

그냥. . 2020. 11. 18. 00:45

화장대 앞에 자그마한 탁상 거울이 하나 있었다.

시력도 안 좋고, 뭔가 얼굴에 그림을 그리려며는

저만치 멀리 있는 거울로만은 많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들 나이만큼이나 많은 그 탁상 거울이 골로 가셨다.

몇 번을 본드로 붙여 소생시켰었는데 

본드 위에 본드가 붙고 본드 위에 또 본드가 붙어서 그런지

아님 너무 오랜 세월이 버거웠는지 영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보내 주었다.

그리고 하나 구입해야지 그러고만 있다가 그냥  살았다.

얼굴에 그림 그릴 일도 많지 않고,

또 필요하면 장안에 붙어 있는 거울을 들여다 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한의원에 갔을 때 한의사 선생님이

건조하지 않으세요. 피부? 하신다.

어! 어떻게 아셨지? 마스크도 쓰고 있고, 고작 보이는 곳이라고는

눈부터 위로.. 그리고 손..

아.. 머리카락이 건조해 보였나 싶었다.

건조함도 뭐 어쩌고 저쩌고... 뭐가 좀 안 좋아서 생기는 건데 어쩌고 저쩌고...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내가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알아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고맙다.

그렇게 건조해 보이나? 욕실 거울 속에 얼굴을 들여다봤다.

흐..... 늙었다.

푸석은 뭐 늘 그랬으니 잘 모르겠는데 거친 살결과 

깊은 주름이 시골 여자의 가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좀 신경 써 볼까 싶어

큰아이 방에 있는 탁상 거울을 가져다 놓았다.

있어도 쓰지 않는 넘이니

내 방에 옮겨 놓은 것도 아마 모르지 않을까?
암튼 지간에...

지금 먹는 약이 건조함도 좀 덜어준다니 기대해 볼 일이다.

가끔 나는

내 얼굴이 낯설다.

내가 나를 살피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