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십이월 둘째날

그냥. . 2020. 12. 2. 10:28

날이 많이 흐리다.

겨울인지 가을인지 애매한 계절의 경계선 그 어디쯤 서 있는 오늘의 흐림은

뜨거운 무언가가 자꾸 마시고 싶다.

이미 벌써 커피 한잔은 마셨고, 

생강차도 별로고, 둥굴레차도, 꽃차도 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냥... 또다시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다고 그러는 거지

국수 끌어 안고 있으면 젤 좋은데 

요놈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자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알 것도 같아 별루 편하지가 않을 거니까.

뜨개질을 안 한지가 한 3주쯤 된 것 같다.

두통의 원인이 되는 자세라니 생각보다 쉽게 포기가 되드라고

우리 집  남자 눈치도 보이고..

심심하면..

손이 심심하고 마음이 허 하면 자꾸 생각이 나기는 하지만 

진통제로도 잘 통제가 되지 않는 두통에 힘을 실어주는 자세라니 어쩌겠어.

올해만 하고 말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나저나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일도 없고, 그렇다 곳 살림에 아주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은 적고,, 시간은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싶다.

그닥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뭐 없을까?

주제가 하나씩 주어진다면.. 어렵지 않은 주제를 하나씩 만들어 

끄적끄적이나 해 볼까?
흐리더니 창문으로 햇살이 반짝이다.

우리 집 남자 감을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어 대니

먼지인지 물방울인지 미세한 분자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날아다닌다.

어제는 산책 나갔다가

자주 보는 동네 개한테 살짝 물렸다.

힘이 얼마나 좋은지 

지 주인을 끌고 와서 내 품에 안겨 있는 울 강쥐에게 달려든다는 것이

내가 안아 더 높게 올리니 패딩을 물고, 윗옷을 물고 바지와 내복을 을 물고 

엉덩이에 이빨 자국을 남겼다.

흐미.. 이게 뭔 일 이래

난 아픈데

옷 에이에스 맞기고 이야기하라는 주인의 태도가 뻑 했다.

우리 집 남자 사람이 물렸다니까요. 했더니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한다.

안 물 기른 물렸다니까 했더니 그때서야 병원 가자며 어디 한 번 보자며 따라온다.

흐.. 거기서 백주 대낮에 바지 내리고 엉덩이 보여 달라고? 내게?

괜찮다며 집에 가서 보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보니

이빨로 긁힌 자국의 자리에 선명하게 피가 맺혀있다.

 다행히 옷이 두꺼워서 깊은 상처는 아니어서 괜찮겠지 했더니

큰아이 병원 가라고 파상풍 위험하다고 해서 병원 다녀왔다.

세상에 별일이여.

에이에스 맞기라는 옷은 참 웃기지

개한테 뜯기기 몇 분 전 이 옷은 운동하기 참 편해 앞으로도 한 십 년은 더 입겠어.

했던

아주아주 오래된 옷이다. 내게 좀 커서, 주머니도 커서 

산책 다닐 때 딱이다. 국수 물병도 들어가고, 장갑도 들어가고, 배변봉투도 넣고...

근데 에이에스받기엔 기간이 좀 오래돼서 아마 못 입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개..

진도인지 셰퍼드인지 비슷한... 그 강쥐가 무서워졌다.

보게 되면 내가 피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