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언제부턴가

그냥. . 2020. 12. 3. 21:52

언제부터였을까. 

뭔가 쓰려고 앉으면 사진을 찾게 된다.

사진 찍는 걸 그다지 즐겨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니 새로운 사진이 날마다 어디서 뽕뽕 튀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사진을 찾고 있다.

그렇다고 사진과 관련된 것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진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우리집 멍뭉이는 저렇게 사람 위에 올라가 있는 걸 참 좋아한다.

우리 집 남자는 물론이고, 아들들 등이나 저렇게 자고 있는 위에도 올라가 

앉아서 자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내가 엎드려 잠깐 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가끔 폴짝 뛰어 올라가 그 위에 

앉아 있기도 하고,

어깨 위에 아들이 올려 놓으면 또 마악 내려오려고 하지 않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내려오곤 한다.

나 보다는 푹신한 우리집 남자 배 위를 더 좋아하고,

아이들 위에 올라가 있는 걸 더 좋아한다.

저 아이도 더 편한 곳이 어디인지 아는 거지.

 

가끔

아니 종종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이 나이 먹도록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 말에는 쉽게 흔들리거나 마음 상해하지 않으면서

우리 집 남자의 말에는 정말 일희일비한다.

한없이 다정하다가 한없이 냉정한 사람인 것을 모르지 않는데

한없이 다정할 때는 뭐 늘 그런 사람이니까 하고는 감동도 없고, 

감사도 없는데

한없이 냉젛알때는 또 그렇게 상처를 받는다.

기분이 바닥에 꽂힌다.

웃기지.

왜 좋은 말 할 때는 무반응이다가 나쁜 말들은 빗방울처럼 퍽퍽 와서 꽂히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듣기 좋지 않은 말도 듣기 좋은 말처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버리면 좋을 것을

아니 듣기 좋은 말은 마음에 쌓아두고, 그렇지 않은 말들은 흘려버리면 더없이 더없이

좋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참 우습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좋은 추억 좋은 말, 좋은 것들 아닌가

왜 그렇지 못한 것들에 우울해하고, 마음 상해하고, 눈치 보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 그렇구나...

눈치..

좋은 말은 기분 좋을 때나 평상시에 하는 말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그렇지 않은 말들은 뭔가 삐졌거나, 내가 뭔가 잘못했거나 아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벌처럼 쏘아 대는 거니 그러게 마음에 와서 콕 콕 박혔구나.

그러고 보면 순전히 받아들이는 내 잘못만은 아닌 거라는 얘기네.

그래도...

네가 마음 상해서 내게 이렇게 해서 나 기분 나빠!

가 아니라

니가 마음 상해서 그랬니? 알았어. 알았는데 근데 나는 거기 별로 흔들리지 않아.

그럼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기분 더 나쁘려나....

기분 나쁘다 표현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하하 호호하면 더 화를 내려나..

참 어렵다.

모르겠다. 어떤 게 맞는 건지..

근데 어렵게 살고 싶지 않은데

인생이라는 게 원래부터가 쉬운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모양이다.

감정싸움...

이제 그거 못해. 그것도 체력이 되고 마음도 단단해야 하는 거지

라디오 사연만 듣고도 코끝이 시큰 거리고, 눈물 찍어내는

중년의 아줌마가 무슨 감정싸움..

그러고 보면 우리 집 남자는 나보다는 훨씬 팔팔한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만만하던지..

그래.. 뭐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사람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라면 뭐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

난 고달프겠지만 말이야.

어찌 보면 내게도 가장 만만한 사람이 우리 집 남자고,

또 어떤 때는 가장 안쓰럽고, 가장 어려운 사람도 우리 집 남자이고 보면

서로 그렇게 그렇게 하하호호하다가도

울그락 불그락 하면서 늙어 가겠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옆에 있는 게 백배 천배 낫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어제부터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듣다가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된다.

딴생각도 딴생각이고 손이 심심해.

뜨개질하면서 들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필서를 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

들으면서 필서 그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들을 때마다 할 수는 없고

중간중간해 볼까 생각 중이다.

딴생각 안 들고, 필서가 가장 좋은 글 선생이라고 했으니

그 덕도 좀 보면 좋고

근데 필서는 비공개로 해야겠지.

어느 작가가 그랬다.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과 고뇌와 노력이 필요한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필서라는 걸 하면서 책 한 권을 다 통째로 베껴 놓는다고,

라는..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필서는 비공개로다가 한다.

하잘것없도, 쓰잘데도 없고, 별것도 없고, 그럭저럭 문득문득 

떠오르는 데로 토닥거리는 내 이야기는 그냥 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