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오는데
잠은 오는데
엄마는 자꾸 움직이고,
몸은 으슬으슬 추운데
방에서는 엄마가 안 보이고
소파에 앉아서 눈으로 엄마 따라다니려 했는데
큰 형아가 엄청 큰 두 손으로 나를 노리고 있다......
아 피곤해.
울엄마는 왜 빠른 아침부터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차라리 일하러 가시지.. 싶은 얼굴로
뚱하니 바라 보고 있다.
보일러는 신나게 돌아가는데
집은 춥다.
나만 추운가 싶기도 하지만 확실히 나처럼 추위를 싫어하는
녀석이 하나 있다.
바로 저 녀석이다.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누룽지를 눌리고 있는데
그 누릉지 한 조각 얻어먹고 싶어서
식탁 밑에 지 방석 위에 앉아 언제 누룽지 먹을 수 있나
눈치만 보고 있다.
식탁 밑이 명당자리다.
주방은 보일러가 안 들어가는데
보일러 선이 주방을 통해서 온 방으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식탁 밑이 명당 자리라는 걸 국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까 쪽달도 이쁘게 떳드라고
겨울 달은 유난히 아스라 한 것 같다.
오늘 병원 다녀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대기시간은 길고
진료시간은 짧다.
의사의 면담보다 간호사님이 더 바쁘다.
면담은 금방금방인데
예약 잡아주고, 날짜 확인하고 하는 간호사 앞에 환자들이 더 많이 밀려 있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의사 선생님 한 분에 간호사 두 분은 계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
잠깐 해 봤다,
이런 거 저런 거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면담이 너무나 간단해서 묻기가 민망했다
수술한 부분은 아주 깔끔하네요.
수술 부위 한 번 보죠...
그리고 끝....
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분명 초음파 할 때 크기를 측정하는 걸
내가 봤는데...
별 변화 없나 봐 그러니 아무 말이 없지 그러고 말았다.
육 개월 분의 약을 받아 오고,
6개월 뒤에 검사를 예약하고, 그 며칠 뒤에 진료를 예약했다.
대형 병원 벌써 이번 일로도 제법 많이 다닌 것 같은데 아직도 헷갈린다.
내가 나이를 먹어 둔해지긴 한 모양이다.
검사할 때는 수납하고 검사하고,
진료 볼 때는 진료 보고 수납하고, 예약하고....
지난번에도 수납부터 갔다가 한심한 듯 바라보던.. 내 자격지심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또 무인 수납기에 수납부터 하는 바람에 병원비가 엉뚱하게 많이 나와
수납 취소하고 다시 결재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
병원 바로 앞 몇몇 약국은 대기 줄이 장난 아닌데
조금만 비켜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친절하고 한가하다는 거.
요즘 같은 상황에는 골목이 좀 복잡하기는 해도 한가하고 바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한가하니 일일이 다 설명해 주시고,
병원에서 못 물어본 궁금한 거... 약사님께 불어 볼 뻔했다는....
큰 병원은 그냥 가기 싫다.
그래서 충분히 혼자 가서 하고 올 수 있는데 남편이 따라가 준다는 거
말리지 않는다.
그냥 뭔가... 그냥 싫어.
보면 방사선 예약하는 사람, 뭐 주사 맞고 가야 하는 사람... 아마도 항암이겠지.
그런 거..... 그냥 남의 일이지만 그냥 멀리 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참 겁쟁이다. 아닌 척하면서...
통증에 좀 둔하다고 자신을 세뇌시키듯 건강하다고 난 누구보다도 건강하다고
날마다 주문을 걸어 보면 더 건강해질까?
요즘 어지럼증이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기어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어서
좀.... 조심스럽다.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