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눈 오리
그냥. .
2020. 12. 30. 21:40
엊저녁 일찌감치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폰을 들어다 보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제 할일에 충실한 멍뭉이 큰아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니
우리 형아 왔다. 엄마 형아 왔어. 형아~ 하듯 멍! 멍! 거린다.
이불속에서 정신줄만 살짝 붙들고 왔구나....했는데 들어오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혹시.. 했더니 역시였다.
짖어대는 멍뭉이 조용히 시킨다고 방에 들어온 아들에게
"눈 아직도 오냐? 하니
"아니 눈 그쳤어."
'춥지" 하니
"아니 그렇게 많이 춥지는 않은데.
엄마 나 오리 만들었어. " 하며 사진을 톡으로 보내 준다.
그것이 저 위에 있는 눈오리 ..흐흐흐..
이쁘고 귀엽다.
며칠 전..
"엄마 나 이거 살까?"
"뭔데"
"눈으로 오리 만드는 거."
"뭘 그걸 사. 작년처럼 눈 한 번 오고 안 오면 뭐하게" 했더니
"이쁘잖아. 카드 포인트 있는 걸로 살까" 하길래
"엄마 자주 가는 인터넷 쇼핑몰에 포인트 많다~ 엄마 걸로 사"
해서 산 눈 넣어 찍어내는 오리 눈
아니 눈 오리.
칠천 원인가 주고 샀는데 오늘 즐거웠던 걸로 값어치는 다 한 것 같다.
아침에 눈까지 만들어 넣은~
라이언 키링 만들려고 사고 남은 걸루 만든..
진짜로 귀엽네.
하루 종일 눈 오리 덕분에 기분 좋은 아들과 우리..
흐... 이런 감성은 나를 닮았나 봐..
오늘 밤은 별이 총총 떴다.
낼 아침은 더 추워지려나 봐
별빛이 차르르 얼어붙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