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말인데 연말 분위기가 하나도 없다.
시끄러운 세상 탓이기도 하겠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무뎌진
감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뭘 정리하고 뭘 새로 시작하고 그래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있기는 한데 뭘 해야 하는지 뭘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붕 위에 태양광을 좀 크게 설치하려고 상담받았다가 말았다.
남편은 다른 계산 법으로 말았겠지만
나는 또 나 나름의 계산으로 보채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었을 때는 동네에 하나 둘씩 지붕 위에 태양광이 생길 때마다
우리도 설치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일반 가정룡보다 좀 크게 설치할까 하는 생각에 상담을 받았는데
알려진 것 만큼 공짜로 어쩌고 수익이 어쩌고 하는 것들이 과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만의 계산 법은..
지금 지붕 위에 설치하면.. 집을 새로 짓기도 리모델링 하기도
이사 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아님 죽을 때까지 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 30년을 더 살 수는 없잖아.
물론 리모델링하면 된다고 하지만 리모델링하느니 새로 짓고 싶고,
새로 짓느니 새로운 보금자리 찾아 이사 가고 싶고 그런데
일 벌여 놓으면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살았어도 이 집에 대한 애착이 나는 별로 없다.
그래서 다 밀어 버리고 새로 지으라는 누구의 말도
리모델링도 괜찮다는 누구의 말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뭐 사는 데까지 살다가
좀 조용하고,
내가 부르지 않아도 아이들이 휴가 차 찾아올 수 있는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쉬었다 가~ 하고 언니도 동생도 엄마도 부를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능하다면 집 안에서 내다 보이는 풍경이 집이나 길이나, 도로가 아닌
계절의 변화를 그림처럼 담을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아...
근데
지금
쓰기 시작한 이 글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해볼까.. 해서 다시 앉았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 아니라 마무리가 안 되는 모양이다.
나..................... 영웅이 보러 가야 해서 이제 그만... 쓴다
마무리가 필요하다면 내일 하자. 내일 남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