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함이 필요한 날..
화사한 봄날 같았다. 햇살은...
겨울이 이렇게 쉬어 가는 날엔 무조건 산책이지
패딩점퍼가 좀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날이 좋았다.
하천으로 마악 접어드는데 국수 발걸음이 이상했다.
뭔가 불편해 보이고 어기적 거리는데 도꼬마리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뭐지? 살피는데 아무것도 안 보여 다시 내려놓으니 몇 발짝 걷다가 다시
어기적....
안아 올려 발바닥을 보니
젤리 가운데 도꼬마리 조각이 꽉 박혀 있었다.
떼어 주려는데 아프다고 아앙 거리는 넘...
떼어내야 안 아프게 걸을 수 있다고 해도 우선 아픈데 예민해져 있는 넘은
앙... 본능적으로 으르렁 거린다.
남편이 안고 내가 발바닥에 붙은 가시풀을 떼어 냈다.
그리곤 곧잘 걸었다. 가던 길을 돌려 다른 길로 들어설 때까지는..
뭔지 가기 싫은 곳으로 간다는 듯 못마땅한 발 걸음...
그래도 오늘은 날이 좋으니 오랜만에 다른 길로 가 보자며 얼르고 달래니
쫄랑쫄랑 잘 따라온다.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고, 장갑이 없는 손도 실이지 않았고,
어깨도 움츠리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았다. 룰루 랄라 걷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어쩌고 저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잠시만요.. 하고 통화음 버튼을 올리고도 잘 안 들린다.
바람소리에 얼음 녹는 소리에 소리가 묻히는 듯한 느낌..
뭐지?
분명 집에서 통화할 때는 아무 문제없었는데..
어찌어찌 통화를 끝내 놓고 나니 급 우울해졌다.
마트나 북적 거리는 데에서 잘 못 알아듣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냥 바람이 살랑살랑 가볍게 리듬을 타는 소리에도 통화음 소리가 묻혀 버리다니..
물론 통화할 때 상대편 음성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싫어서 좀 줄여 놓기는 했지만
이렇게 답답할 정도는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잘못 살았어.
나 자신에게 너무 잘못하고 살았어...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가슴에 독 덩어리처럼 쌓였다.
이게 다 이명 때문이다.
그 이명은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있는 그보다 더 부풀려서
맨 마음으로 상처들을 다 받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이제와서 후회한들
내 귀울림은 너무 오래되었고, 거기서 파생된 후유증들이
나를 늘 괴롭히고, 가끔은 시한폭탄처럼 째깍 거리며 긴장하게 만든다
나는 나를 너무 하찮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