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1. 2. 25. 21:32

겨울비가 봄비처럼 내린다.

노랗게 망울이 맺힌 산수유 꽃망울 위에도

갓난아이 새끼손톱 만하게 올라온 이름 모를 나무의

연둣빛 새 잎사귀 위에도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밤의 어둠 위에도

사그락 사그락 비가 내린다.

좋다...............

그냥 비 내리니까 좋네.

늘 징징 거리는 친구에게 

한참을 혼자서 나도 힘들어 죽겠거든 하고 투덜거리다가

나도 너랑 똑같이 살고 싶다가 죽고 싶다고 

피곤했다가 괜찮았다가 하는 오십 대 아줌마야 

날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나는 의사도 상담사도 아니야~

하고 진심을 담아 가벼움을 가장한 묵직한 문자 하나를 넣었다.

사실 나도 힘들거든..

남들보다 절반만 바쁘게 살아도 체력은 늘 바닥이고

다 알지 못하지만 그 친구보다는 내가 적어도 열 배는 더

버겁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싶은 마음에

서운함까지 되직하게 비벼 보냈더니

너는 나의 주치의야 하고 문자가 왔다. 

허걱..

 

엊저녁 개꿈을 꿔서~

울 국수 알면 서운하겠지만..

정말 말 그대로 개꿈을 꿔서 다른 친구에게 한 2년 만에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도 잘 있네...

다행이다.

꿈은 꿈일 뿐이다.

썩을 넘의 개꿈!

덕분에 소식은 들었네... 늙어가는 서로를 확인하는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