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비가 온다.

그냥. . 2021. 2. 28. 16:26

이제 마악 속살을 들어낸 봄빛에 상처라도 생길세라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게 비가 내리고 있다.

사실 내리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산책이나 나가볼까? 

그런데 많이 흐리네...하고 내려다 마당에는 실비가 

저렇게도 집중해서 살펴야 보일 만큼 가만가만 내리고 있다.

흐린 날씨 덕분인지 주인 닮아 그러는지 

국수는 이불속에서 자는지 뒹굴 거리는지 작은 미동만 있을 뿐

아... 오늘은 날이 안 좋아 산책 못 가는구나 눈치로 알아채고

보채지도 않는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 좋았던 예전의 이유는 비 내리는 날의 산책

드라이브... 그런 것들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비만 내리면..

아니 빗방울 기척만 있어도 방콕이다.

애먼 커피만 축내고 늘어진 낮의 시간만큼 길어진 밤의 시간을

채우느라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사실 뭐가 오른지 모르겠어.

요즘 같으면 이도 저도 마땅치 않아 투덜거리는 날들이 많다.

일이라도 좀 할라치면 몸이 감당이 안 되고 

어제 오늘처럼 이렇게 연이어 쉬다 보면 텅 빈 시간이 텅 빈 공간으로 

느껴져서 뭘 채워야 할지

어떤 걸로 꾸며야 할지 몰라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건강상태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고..

근데 뭐가 문제인거야. 그것도 모르겠다.

특별히 어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방전은 습관이고

입술 물집은 훈장이고 입천정 헐음은 상흔이고 달아난 입맛은 별책부록이다.

뭘 좀 바꿔보면 좋을까?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볼까?

뭐...

뭘...

무엇을....

코로나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게으름인지

소심함인지

불쑥해보고 싶다...라는 뭔가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운동도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내 체력에 내 몸에 내 나이에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뭔가 무리중에 섞여야 한다는 것도

몸꽝 운동꽝인 내가 정말 평생을 멀리하고 살아온 이 일을 가까이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사실 자신이 없다.

낯가림이 아니다. 

그냥 필요하다고는 느끼는데 그 필요성보다는 내가 아직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특이할 만한 것들도 없는데 자꾸 방전이 되는 것은 아마도

몸보다는 마음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부실하니 마음이 늘 이렇게 대책 없이 갈팡질팡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열심히 사는 아이들 

여전한 남편

엄마하고 먹을 것 그리고 산책이면 다 되는 우리 국수..

국수를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나 

말뿐이지만 늘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집 남자를 위해서라도 

새 봄에는 좀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다....

바다가 가고 싶다.

바다가 가고 싶었다. 꽤 오래전부터..

그러나 겨울은 우리의 직업상 움직이기 쉽지 않은 계절...

사나흘 일을 하고 나면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으니...

우리집 남자가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는 이상..

바다 보러 가야지

국수랑 가야지......

바다 보고 오면 좀 좋아질 것 같아.

중얼중얼

비 오는 날의 신세한탄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