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분홍빛 봄

그냥. . 2021. 3. 7. 20:15

옆집 언니네는 벌써 봄이 왔다.

복수초도 노랗게 피었고,

이렇게 장미철쭉은 꽃망울이 몽글몽글하고 

이뿌게 핀 꽃들도 있다.

우리집에는 말라도 색이 변하지 않는~

한 달전쯤 사다가 말린 꽃만 한다발 있을 뿐

사람만 있고 이쁜 것들은 없는데 말이다.

 

엄마네 다녀왔다.

요즘철에 젤루 맛난 파김치를 담아 놓으셨다고 해서 

가지러 갔다.

뭐 필요한 것은? 하고 출발하면서 전화를 한다.

그럼 엄마는 늘 녹음기에 녹음해 놓은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한다.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그냥 오라고, 다아 있다고..

엄마 마트가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무거운거나 뭐 사 갈거 있으면

사갈께 해도 엄마 말은 늘 한결 같다.

딸기랑 방울이 토마토를 가져갔다.

딸기 좋아하는 줄은 아는데 방울이는 엄마가 좋아하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다.

방울이는 가끔 나는 소화가 잘 안되드라고 그래서 엄마도 소화가 잘 안될까

싶기도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 놀러 오시면 나눠 간식으로 드시면 좋겠다.

엄마는 파김치를 큰 통으로 한~ 통이나 담아 놓으셨다.

손가락이 아파서 지난주까지 병원에 다니신다고 그러더니 저 많은 걸

어찌 다 다듬었는지 싶다.

무 생채도 담아 놓이시고, 시금치도 데쳐 놓으시고, 쑥도 캐다 놓으셨다.

깔끔하게도 다듬으셨드라고..

명절 때  동네에서 선물 들어왔다며 쇠고기도 한번 끓여 먹을 양으로 얼려 놓은 거

두 뭉치나 주시고, 엄마 냉동실에 있는 풋고추도 한 봉다리 가져왔다.

텃밭에 묻어놓은 무도 가져오고 신문지에 꽁꽁 쌓여 겨울내내 보관 되어 온

배추도 몇 포기 가져 왔다.

흐흐흐...

울엄마는 마르지 않은 우물이다.

아니 알라딘의 요술램프다.

뭐가 이렇게 가져가고 가져가고 가져가도 나오는지..

주시고 주시고 또 주시고 또 또 주셔도 주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네서 가져온 무는 장아찌 많이 담고, 물김치도 좀 담고

배추는 겉절이 좀 해야지 싶다.

우왕~

부자가 됐다.

가벼운 손으로 갔다가 늘 우리 부부 양손이 무겁게 돌아온다.

울엄마의 요술램프는 평생을 고장도 없다.

서울에서 온 손바닥만한 책을 엄마에게 가져다 주었다.

좀 쑥스러워 걍 말까 했는데 우리집 남자가 챙겼다.

어머니 여거 편지 실렸어요~ 하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전화가 왔다. 우리딸~ 어쩌고 저쩌고..

엄마의 목소리가 많이 상기 되어 있다.

좋으신 모양이다.

다행이다 가져다 드리기 잘 했어.

더 가르쳤으면 좋았을껄...이라는 말을 하신다.

아니야 엄마. 나는 공부 못했어. 엄마가 못 가르치신게 아니고

내가 못 간거야. 

엄마 그리고 이정도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해도 울엄마는 아쉬워 한다.

엄마의 자식에 대한 아쉬움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