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봄
옆집 언니네는 벌써 봄이 왔다.
복수초도 노랗게 피었고,
이렇게 장미철쭉은 꽃망울이 몽글몽글하고
이뿌게 핀 꽃들도 있다.
우리집에는 말라도 색이 변하지 않는~
한 달전쯤 사다가 말린 꽃만 한다발 있을 뿐
사람만 있고 이쁜 것들은 없는데 말이다.
엄마네 다녀왔다.
요즘철에 젤루 맛난 파김치를 담아 놓으셨다고 해서
가지러 갔다.
뭐 필요한 것은? 하고 출발하면서 전화를 한다.
그럼 엄마는 늘 녹음기에 녹음해 놓은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한다.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그냥 오라고, 다아 있다고..
엄마 마트가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무거운거나 뭐 사 갈거 있으면
사갈께 해도 엄마 말은 늘 한결 같다.
딸기랑 방울이 토마토를 가져갔다.
딸기 좋아하는 줄은 아는데 방울이는 엄마가 좋아하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다.
방울이는 가끔 나는 소화가 잘 안되드라고 그래서 엄마도 소화가 잘 안될까
싶기도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 놀러 오시면 나눠 간식으로 드시면 좋겠다.
엄마는 파김치를 큰 통으로 한~ 통이나 담아 놓으셨다.
손가락이 아파서 지난주까지 병원에 다니신다고 그러더니 저 많은 걸
어찌 다 다듬었는지 싶다.
무 생채도 담아 놓이시고, 시금치도 데쳐 놓으시고, 쑥도 캐다 놓으셨다.
깔끔하게도 다듬으셨드라고..
명절 때 동네에서 선물 들어왔다며 쇠고기도 한번 끓여 먹을 양으로 얼려 놓은 거
두 뭉치나 주시고, 엄마 냉동실에 있는 풋고추도 한 봉다리 가져왔다.
텃밭에 묻어놓은 무도 가져오고 신문지에 꽁꽁 쌓여 겨울내내 보관 되어 온
배추도 몇 포기 가져 왔다.
흐흐흐...
울엄마는 마르지 않은 우물이다.
아니 알라딘의 요술램프다.
뭐가 이렇게 가져가고 가져가고 가져가도 나오는지..
주시고 주시고 또 주시고 또 또 주셔도 주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네서 가져온 무는 장아찌 많이 담고, 물김치도 좀 담고
배추는 겉절이 좀 해야지 싶다.
우왕~
부자가 됐다.
가벼운 손으로 갔다가 늘 우리 부부 양손이 무겁게 돌아온다.
울엄마의 요술램프는 평생을 고장도 없다.
서울에서 온 손바닥만한 책을 엄마에게 가져다 주었다.
좀 쑥스러워 걍 말까 했는데 우리집 남자가 챙겼다.
어머니 여거 편지 실렸어요~ 하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전화가 왔다. 우리딸~ 어쩌고 저쩌고..
엄마의 목소리가 많이 상기 되어 있다.
좋으신 모양이다.
다행이다 가져다 드리기 잘 했어.
더 가르쳤으면 좋았을껄...이라는 말을 하신다.
아니야 엄마. 나는 공부 못했어. 엄마가 못 가르치신게 아니고
내가 못 간거야.
엄마 그리고 이정도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해도 울엄마는 아쉬워 한다.
엄마의 자식에 대한 아쉬움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