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1. 3. 18. 22:07

홍삼진액을 따듯한 물에 희석해서 목으로 넘기는 일은

정말이지 엄마가 주신 돈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면..

그 가격이 아니라며는 절대로 내가 스스로 챙겨 먹을 것 같지

않은 맛이고 약이다.

쓰다.

몸에 쓴 것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단것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쓴 것을 가능한 한 빠트리지 않고 챙겨 먹으려고 하는 것은

거기에 엄마의 마음이 그리고 우리 집 남자의 걱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쓰다 생각하지 않고, 무념무상으로 먹으려 애쓴다.

그렇지만 쓰고 한모금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마다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이런 마음으로 먹어서 약이 되겠나..스스로를 나무라지만

쓴 건 쓴 거다. 쓴 걸 달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집 남자의 코 고는 소리에 고단함이 묻어난다.

고단하겠지. 

적지 않은 나이에 집에서 내 일만 하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것이 쉽지는 않겠지.

이즈 백 한 병으로 얼굴이 벌게지는 것이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살지 않아도 되는데...싶은 마음이 불쑥 들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에는 우리는 아직 젊고,

전에 했던 일을 그대로 하기에는 내가 무리다.

한동안 나는 이 인근에서는 일 잘한다는 말을 제법 듣고 살았다.

잘한다 하니 잘하는 줄 알았고, 더 잘하려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겁없이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남들 만큼도 일을 죽이지 못한다.

흐.............

한동안 잘난척을 너무 했나 봐.

지금은 꼬리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일 욕심이 나려고 할 때 종종 있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몸이 안 따라 주니까 어쩔 수 없다.

내일.. 금요일이다.

내일 하면 모레는 쉰다. 흐흐흐.....

며칠 일 했다고 쉬는 날을 그새 기다리고 있는 내가..

내게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