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초록이 이쁜 계절이다.

그냥. . 2021. 5. 9. 22:17

초록이 정말로 이쁜 계절이다.

이 초록의 색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올라가겠지.

요즘이 산책하기도 정말 좋은 거 같다. 느티나무 꽃가루랑 황사만 아니면 말이다.

그래도 오늘 오후엔 하늘이 맑아서 기분까지 좋더라고..

요즘처럼 한 주일이 휙휙 지나가던 때가 있었는가 싶을만치 빠르다.

내 생활이 단순해져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요일 지나고 나면 금세 또 금요일이고 그러다 보면 또 금새 한 주가 가 버리곤 한다.

금요일이 기준점이 되는 이유는

그래도 조금은 한가한.. 토요일은 평일보다 한가할 것 같은 엄마 마음에

서울에 있는 작은아이와 통화라도 한 번 할까... 하는 날이기도 하고

옆집 이쁜 딸내미들이 어김없이 주말을 보내러 

북적이는 탓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 오늘 금요일이구나 싶으면 금세 일요일이 된다. 우리 집 남자가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쉬는 휴일이 될 수 없음에 미안하기는 하지만 

힘에 겨워 보이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다.

엊저녁..

나라에서 정한 어버이날..

우리는 아직 어버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어머니가 계시니..

집에서 고기 구워 먹고 집안일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일기를 토닥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싶어 들여다보니 작은아이..

 웬일이냐 네가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했더니

큰아이가 어버이날이니 전화라도 하라 했단다. 흐...

야~ 아들아 그런 말은 안 해도 되는 거야. 그냥 니기 해야지 싶어서 했다고 해도

누가 뭐라 안 해? 했더니 웃는다.

목소리가 괜찮네 열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는데도 주변이 북적 거리길래

집 아니니? 했더니 이제 들어가는 길이라며. 버스킹 하는 소리 안 들려? 하고 묻는다.

그렇구나..

시골은 열시면 한밤중인데 

아들이 사는 신촌 대학로에는 열 시에 버스킹도 구경할 수 있구나 싶다.

잘 있어? 하니까 잘 있단다.

그럼 됐지.

학기 중이라 바빠서 점심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가니까 먹는 것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목소리가 밝아 보여서 좋았고,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격이기는 했지만..

아니야 큰아이가 부추기지 않았더라도 집에 들어가는 길에 전화 한 통 했겠지 생각한다.

흐...

아들이 뭐라고 전화 한 통에 이렇게 기분 좋고 뿌듯한지..

누구는 오천만 원~ 흐.. 오만 원, 천 원, 만원 해서 오천만 원이라고 받았다 하고,

누구는 여름옷을 선물 받았다 하고,

누구는 뭐 받았다 해도 나는 그냥 좋다.

큰아이 든든하게 옆에 있어서 좋고, 작은아이 낯설고 물선 서울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냥 좋은 게 최고 아닌가.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 효소 좀 담아볼까... 하다가 말았다.

몇 해전에 욕심껏 담았다가 먹지도 않고 다 버린 생각이 나서..

차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라 먹지를 않아.

하긴 한겨울에도 냉수 찾는데...

이쁘고 달콤한 쓰레기 만들지 않기로 했다.

손톱만큼 쪼끔 아쉽다.

근데 사실... 꽃차 만들기에는 꽃이 너무 활짝 피어 버렸어.

조금 서둘렀어야기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