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
저녁을 마악 차리고 있는데
거실에서 남편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에 소주한잔하겠다며 냉동실에 밀어 넣어 놓고는
술 한잔 할 사람을 그사이 물색한 모양이다.
밥 먹고 올게.
뭔 밥을 또 나가서 먹어? 했더니
어쩌고 저쩌고...
그 사람이 그렇게 가족보다 특별해? 한마디 쏘아 주었다.
급 마음이 상했다.
어제도 나가 먹었었다.
뭐 어제는 오랜만이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오늘도 또 그 아저씨라니...
동태찌개 먹고 싶다고 했던 사람 어디 갔나...
밥 챙겨 어머니 드시게 하고, 나는 엊저녁 먹고 남은 국수에
육수 데워 말아먹었다.
맛없다. 맛있을 리가. 어제 삶아 놓은 국수에 육수도 모자라서 물을 좀 넣었더니
니맛인지 내 맛인지 알 수가 없다.
설거지하고, 사흘 째 알바 나가기 시작한 아들 방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려 하는데 남편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서둘러 주방 뒷문으로 나가서...
된장 맛 잘 들고 있나... 들여다 보고..
간장에 꽃은 안 피었나 들여다 보고...
뒷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나 삐졌음.. 하고 있었더니
이넘의 모기들이 때는 요때다.. 하고 달려들어
엉덩이며 허벅지며 뽁뽁이를 만들어 놓았다.
그냥 큰 소리로 투닥거리고 말면 좋으련만
그러지도 못하고 알아주지도 않는 삐짐을 알아주는 건
반갑지도 않은 모기들이다.
가려움에 벅벅 긁으며 마당에 얼마 잊지 못하도 들어왔더니
은근슬쩍 눈치를 살핀다.
살피면 뭐해. 늘 그때뿐이고,
평생을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사람인데..
나도 참 그렇다.
이제 놓을 때도 되었건만..
사실 뭐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근데 어차피 나는 우리 집 남자가 나가서 먹으나
집에서 먹으나 밥은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가끔은 밥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일탈을 꿈꾼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동태탕 끓이게 해 놓고서는....
밥 말고 다른 뭐 알약 같은 걸로 끼니 때울 수 있는 그런 날 안 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