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 준비하고 나오는 아들이 엄마 달이 이뻐~ 하길래
내다보니
보드라운 구름을 반쯤 걸친 둥근달이 곱게도 떠 있다.
낮에는 더워서 욕봤지..위로 하듯 달빛은 인상 좋기만 하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태양아래..그래 여름엔 햇살이나 햇볕이라는 말보다
태양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늘 할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다.
오이 따고, 자리 다시 잡아주고, 흑토마토 익은 거 따고 새순 집어주고
참외 몇개나 열렸나.. 수박은? 단호박은.. 살펴보고..
뜯어먹고 뜯어먹고 또 뜯어먹어도 남아도는 상추는 좀 뜯어내고
그래...
물 줘야지 하고 스프링클러를 걱정도 없이 돌렸다.
당연 아까 물 들어갈 자리를 열어두고 나머지는 잠갔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한참을 남편이 바빠서 손대지 못한 풀을 전지가위로 자르고 있었다.
풀은 가물어도 장마저도 더워소 서늘해도 잘도 자란다.
한참을 풀을 자르고 있다가 어느 만큼 물이 들어갔나... 하고 살피니
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돌아가야 할 곳의
스프링클러는 쉬고 있었다.
뭔 일이야. 분명 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 하고 안 했던 모양이다.
정신없이 다시 조정하고..
날 뜨거워서 안되는데.. 지금 물 주는 시간이 아닌데 그러면서
급 우울해지는 것은 내가 요즘 이런 실수가 너무 잦기 때문이다.
한번 더 신경 쓴다고 해도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건지
아님 나이 탓인지 자꾸 잔잔한 실수가 늘어간다.
머릿속 검사를 한 번 해 봐야 할 모양이다.
그렇게 물 먹지 말아야 할 곳에 물을 한참을 먹이고 괜찮을까 걱정을 하며
땀 뻘뻘 흘려가며 풀들이랑 놀고 있는데
청아한?? 그래 정말 청하 한 소리다.
가요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같은... 라 쿠카라차~ 하는 듯한
노래를 부르며
바로 위 사무실에 내 또래? 젊은? 주인 여자가 나오며 인사를 한다.
친동생인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여자인지 모르는 여자가 언니~ 하면서
함께 하는데....
하얀 티셔츠에 청반바지 거기다 앞치마 그리고 광고에서 봤음직한 모자를 쓰고..
호박넝쿨을 살피며
호박이 크네 어쩌네 하면서 즐겁다.
난...
나는...
땀에 절여진 완전 촌 아줌마인데
저 여자는 참 다른 세상 사람 같다는 생각..
기본적인 삶에 충실하고 그 나마지 것들은 모르고 사는 나..
사무실 한쪽 편백나무 그늘 아래 좋아 보이는 텐트를 몇 개나 치고, 벤치도 가져다 놓고
예쁜 전구로 장식도 하고 해먹까지.. 풀도 많지만 해바라기도 몇 그루 심어놓은..
정말이지 생활은 시내권에서 하면서
일하려 나오는 일터에 저렇게 쉼터를 꾸미고 사는 여자의 삶은 어떨까....
부럽지는 않았지만 좋아 보이기는 했다.
어느 틈에 끼워져 사느냐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삶은 그 틈 안에서 엇비슷하게 살아지는 거 같다.
적어도 나는...
시골 아낙이 되어가는 내 모습이 싫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초라해 보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
흐흐흐... 그냥 나 스스로 오늘은 좀 우울했나 보다.
비슷한 또래의 많이 달라 보이는 여자의 겉모습과
자꾸 실수를 더해가는 내 한심한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