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어 주 전쯤
뭐 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삐진 우리 집 대장님께서
하루 종일 밥을 굶는 것으로 자기가 삐졌음을 온 부하들에게
흘리고 다니신 날이 있었다.
아마도 그날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바빠서 같이 있어주질 못했거나
아님..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종일 혼자 있었거나
암튼 기억이 나지 않는 그날 늦은 밤..
내 뱃속인지 대장님 뱃속인지 우르르 거리는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열한 시 넘어 침대 위로 밥그릇을 들고 왔다.
사료에 저 좋아하는 고기랑 당근이랑 갈아 말린 것을 토핑으로 해서
가져다 주니 몇 번인가 고개를 돌리시더니
못 이기는 척
저렇게 반 누운 자세로다가 그릇을 깨끗이 비우셨다는
우리 삐질이 국수....
날이 갈수록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 거 같다.
사람 움직이면 같이 하고 싶어 하고.. 창 문만 걸어 잠그거나
옷만 갈아 입으면 나도 나도 데려가 나도 가.. 하며 짖어 댄다.
짖음이라고는 모르는..
집에 강아지 키워요? 할 것 같은 애였는데 나이 들수록 자꾸 두려움만
외로움만 늘어나는 거 같다.
사람마냥..
사람도 그런 거 같아.
한 살 두 살 나이에 숫자를 더해 갈수록...
그 무게만큼씩 두려움이나 걱정이나 외로움도 무거워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비 온 뒤 자라는 자라는 잡초처럼 무성 해지는 걱정은
그저 나이 탓인가.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고민해 볼 문제이다.
나이가 늘어간다고 모두들 망설임이 많아지거나 겁쟁이가 되거나 그러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하긴.. 나는 애초부터 겁쟁이에 망설임 쟁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난번 백신 1차 맞알을 적에는..
울 엄마 걱정이 걱정이....
자신은 혼자 살면서 1차 2차 다 맞으셨으면서 온 가족에 둘러싸인 채
보호 같은 감시?를 받으며 사는 나를 그렇게 걱정할 일이냐고
그나저나 엄마네 건고추 가져다 드리러 한 번 가야 하는데
나보다 더 바쁜 울 엄마 오늘도 내일도 바쁘시단다.
뭔가 또 딸 손에 들려 보낼 것들을 걱정하고 계시는 거 같다.
그래서..
예고 없이 불쑥 다녀오자고 했건만..
남편이 그래도 갔다가 엄마 못 보고 오는 거보다 보고 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화를 했더니
며칠 있다 오라고... 흐...
엄마에게 늘 걱정거리밖에 안 되는 사실 그렇게 걱정할 일도 없는데
변변치 못한 딸이 참...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탁기가 이불을 다 빨아 놓았다고 문자가 왔네
참 좋은 세상이야. 빨래 다 빨았어요. 하고 문자도 다 넣어주니 말이다.
날이 좋아 대자리 치워 버리고 요 빨았는데
오늘은 햇살이 일을 제대로 해 줄 것 같다.
저녁에는 뽀송뽀송한 요를 깔고 누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래간만에 여유 부리는 이 시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