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1. 9. 26. 22:20

주말이면 어김없이 엄마를 찾아드는 옆집 세 딸이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한다고 시끌 벅쩍하니 우리 집 국수

나가고 싶다고 앙탈이다.

머리카락도 긁었다가 어깨도 툭툭 쳤다가 하면서 일어나란다.

엄마 피곤한 거 아는데 이제 그만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듯

떼를 부린다.

옆집 누나들 소리에 한 몫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일어나자 일어나 하고 마악 몸을 일으키는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집 언니 도토리 묵을 끓였다며 들고 오셨다.

국수야~ 엄마 오늘도 아프시니? 묻는 소리에는 대답도 없고 골목을 향해

내달린다.

우리 집에는 없는 누나들의 그 명랑 상쾌한 기운이 느끼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그렇더라고.

딸들이어서 그런지 화기애애 시끌벅적..

주말이면 사람 사는 동네 같다.

이 골목도 다들 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느라고 햇살이랑 바람만 한가로이

늘어져 있기 나름이고, 택배차나 이 집 저 집 차들만 가끔 늘어져 있는 그들을

흔들어 깨울 뿐

사람 소리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주말은 덩달아 나도 명랑해지고 싶어 진다.

딸들의 힘인가...

그나저나 대단한 딸들이다.

어찌 주말마다 부모 집을 어김없이 찾아들 수 있는지..

저러다 결혼이라도 해서 발길이 뜸해지면 저 집 언니네 부부는 더 많이 쓸쓸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 본다.

하루 종일 남편 없으면 텔레비전 소리도 없는 우리 집 고요가

나의 실체 같아서 가끔은 버겁고 대부분은 편하기는 하지만

좀 띄워 줄 저런 딸 하나 있어도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