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사흘 째 비
그냥. .
2021. 11. 10. 21:20
사흘 째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비가 요란하게 쏟아지기도 하고
금세 하늘이 올려다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틈엔가는 비바람이 방충망을 넘어 들어오기도 한다.
딱 비분좋게 하루나 이틀 흡족하게 내리고
말간 하늘을 보여 주면 좋겠는데
내 맘도 내 맘대로 안되는데 하물며 하늘이 하는 일이야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좀 우울해질라 한다.
우울해질라고 해서
일을 만들었지.
우리 집은 호박죽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아이는 원래 물 많은 밥 누룽지 시판용 죽 그런 거는 아예 먹으려
하지 않는다.
직접 끓여주는 닭죽이나 뭐 전복죽이나 그런 거는 먹어도 말이다.
그런데 누우런 호박이 올망졸망한 것이 여덟 덩어리
옆집도 나눠 주고 다른 집도 나눠 줬지만
시골인지라 누런 호박 한 두 덩어리 없는 집이 없다.
추워지는 날씨에 창고로 옮기고 헌 이불 덮어 놓고
다섯 덩어리 안고 주방으로 들어 왔다.
지난번에 잘라서 껍질 벗겨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둔 거는
죽 끓여 놓고..
칼이 잘 안 들어가서 마늘 빻을 때 쓰는 방망이로 칼등을 쳐서
반으로 잘라 놓으니 우와 그 양이 만만찮다.
속 긁어내고 방망이질 해 가며 껍질 벗기기 쉬운 크기로 잘라
껍질 벗겨 지퍼팩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나니
손목이 시큰..
손가락이 뻐근 어깨가 묵직하다.
내일 아침부터는 가볍게 호박죽 한 그릇 하던지
저녁에 시원한 게 먹고 싶을 때
한 그릇씩 먹으면 좋을 거 같다.
일은 하고 나면 마음은 뿌듯한데
몸은 뻐근하다.
둘 다 뿌듯한 뭐 그런 거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