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2. 6. 24. 09:12

밤새도록 빗소리와 함께 뒤척인 탓인지

밥 먹자... 는 말과 함께 베개에서 머리를 떼는 것과 동시에

찾아온 편두통..

밤새도록 너 좋아하는 빗소리랑 즐거웠으니 

이제 나랑 좀 놀아보자는 듯이 찾아왔다.

밥 챙겨 드리고... 

인상 쓰고 아파 아파하고 있는 거보다

약 하나 먹고 움직이는 게 낫지 싶어 편두통 약 하나 털어 넣었다.

재미없는 사람이 자꾸 되어 가는 것 같다.

통통 튀는 매력이야 열여섯 통통 튈 나이에도 있었는가 싶은

나였기는 하지마는

소주 한 병 반쯤 마신 여자처럼

비틀 거리는 세상을 몸에 장착하고 살아가는 모습이라니

이건 아니올시다 싶다.

멍하긴 하지만 멀쩡해진 머리통의 부담스러움을 잊으려

옥상 먼지 한 번 쓸어내고

내려오니 이슬비가 웨딩드레스 베일처럼 곱게도 내리고 있다.

뜨끈한 라테 한잔 마시고 있으니 

일주일 만에 가져보는 여유인가 싶다....

현실의 바쁨보다 열여섯 배는 더 바쁘게 살았다는 티를 내고 싶은 

방바닥의 먼지들이 습기 묻은 김에 니 발바닥에 들러붙어 이리 저러 옮겨 다니고..

멍뭉이 올라 다닌.. 침대 시트도 한 번 털어 빨고 싶은데..

이불은 건조기보다 햇살에 맞기는 게 더 뽀송하더라고...

기다려봐서 날 좋은 내일이나 아님 날씨가 영 메롱일 것 같으면

오늘이라도 빨아야지 싶다.

더워하시는 우리 집 멍뭉이 미용도 시켜야 하고..

차근차근하면 오늘 안에 다 해결될 일을..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니 뒷산 능성이 마냥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할 것은 해야지..

방바닥도 닦고,

이불도 빨고,

멍뭉이 털도 밀고....

소매 한쪽 남은 뜨개질도 마무리하고..

여름 카디건 새로 시작도 하고...

착 가라앉은 날씨가 몸까지도 자꾸 바닥에 붙이려 하지만

난 굴복하지 않을 거야.

내가 공처럼 통통 튀는 싱그러움은 없어도

물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튀어 오를 기운은

아직 있으니까 말이다.

약이 좋긴 좋다.

이 좋은 약을 나는 왜 이렇게 싫어할까..

인상 쭈그러트리게 하던 편두통이  사라졌다.

큰아이 말이 맞다.

엄마! 약은 필요할 때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건데

왜 안 먹고 사서 고생이야.. 하던...

울 아들 말 잘 들어서 나쁠 게 없다.

이제 남편 말도 아들 말도 잘 듣는  내가 되어야겠다.

난 이제 누가 봐도 남편보다 아들 보도 몇 수쯤은 모자란

모지리이니까 말이다~ ㅎ..

커피 맛나네...

비가 와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