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날이 제법 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보다는 꽃밭과 하늘과
새소리와 싱그러운 가을 공기가 가득 한 마당이 좋다.
멍뭉이 추울까 봐서..
아니 나도 추워서 대형 멍뭉이 목욕타월을 가지고 가 앉았다.
하루면 수정이 다 될 것 같았던 니트는 이런저런 일들이 끼어들어
사흘 째 붙들고 있다.
그네가 있는 곳은
집 안쪽 마당이고 서쪽이라
집 그림자에 가려 오전중에는 해가 잘 들지 않는....
그래서 좋기도 하고, 좀 스산하기도 하고...
멍뭉이는 타월을 뒤집어쓰고 자다가 담장 너머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벌떡 일어나다가 그런다.
사실 익숙하지 않은 소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는 이미 멍뭉이도 익숙하고..
집 식구 차 소리 아니면 반응을 하지 않는다.
우체부 아저씨가 멍뭉이 발바닥 크림 택배를 들고 오셔서
빵빵~ 하고 경적을 울리니 뛰어내려갈 생각은 않고,
얼굴만 내밀고 짖는다.
허.. 웃겨 저 넘이 귀차니즘에 빠졌어.
신문 몇 부,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낸 거 안내문 한 통도
같이 왔다.
문득 드는 생각..
요즘에도 우표 붙여 편지 쓰는 사람 있을까?
아들들 군대 있을 때 말고.. 아니 그때도 우표 붙여서 편지를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훈련소에 있을 때는 훈련소 카페에 썼고,
자대 배치받고 나서는.. 택배 보낼 때 그 안에 넣었던 것 같다.
편지..
우표 붙여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
편지 봉투 밑단에 우체부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써서 보냈던 편지...
그런 편지를 쓰는 사람이 요즘에도 있을까?
폰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톡이며 문자며.. 너무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장문이 아니고는
이메일도 보내는 일이 뜸해진 요즘..
십 원짜리 열몇장의 우표를 하트 모양 만든다고 이렇게 저렇게 붙여볼까
고민하던 그때 그 어린 시절이 급 그리워지네..
나도.. 작은아이 군 입대 초반에 보내온 편지가 마지막 아니었나 싶다.
하긴 누가 요즘 우표 붙여 편지 붙여...
나이 먹은 나도 안 하는데..
근데...
못마땅한 글씨체 쑥스러워하며 난 글씨가 왜 이 모양이야! 한탄하며
정성 들여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 한 통 받아보고 싶다.
아니.. 보내도 부담 같지 않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보내 줄 사람도 없지만
보낼 사람도 없는 현실..
내가 누군가에게 주소 물어 편지를 쓴다면....
야! 이게 뭔 일이야~ 하며 호들갑을 떨지 않고 그냥 그래 그래 하고
받아 줄 그런 사람도 없지만
나도 그 상황이면 호들갑이 먼저 나올 것 같다.
편지... 손 편지 쓰던 시절은 이제 소설책에서나
시대극 드라마에서나 볼만한 이야기가 된 것일까.. 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