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가을은 아직 이렇게 이쁘고 화려하다.
어찌 저 작은 밤톨만 한 한송이 꽃에 저렇게 질서를 맞추어
저 많은 꽃잎들이 자리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모습으로 저렇게 곱게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주니
저 꽃이 저렇게도 어여쁜가 보다.
아무렇게나 피어도 이쁜 게 꽃이라지만..
어느 꽃 하나 이쁘지 않은 꽃이 없기는 하지만
꽃은 참.. 국화는 참 쓸쓸해지기 쉬은 이 계절에
따듯한 불빛처럼 어느 쓸쓸한 마음 한 구석
데워주는 것 같다.
꽃집에서 판매하는 화분 가득 방석처럼 피워내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나무에 저렇게 곱디 고운 꽃을 피워준 것만도 고맙다.
몇 송이 꺾어 집안으로 들일까... 하다가 관뒀다.
아무래도 저 아인 집안보다는 바람도 있고, 하늘도 있고
이슬도 있는 가을마당을 더 좋아할 것 같아서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낙엽이 비처럼 내리는 길을 걷고 싶다.
낙엽비가 그치기 전에
떨어져 누운 낙엽을 기꺼이 밟으며
바스스 바스스.... 네가 가는 게 너무너무 아쉽지만...
또 보자~ 하고 인사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좋을까?
어디 걷기 좋은 낙엽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그런 곳에서
이 가을과 이별을 하고 싶은데
마음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네. 올해는..
휴우.. 작은 한숨을 쉬고...
그래도 하늘은 이쁘다..
우리 집 마당에도 낙엽은 지고,
동네 앞 수백 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도
나뭇잎을 털어내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음 소낙비 내리듯 우두두둑 쏟아 내겠지.
가을은 멀리 있지 않아.
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뿐이지..
이렇게 꽃밭에도 있고, 날마다 산책하는 천변에도 있고, 뒷골목에도
동네 앞에서 머리 위에도
눈 가는 곳 마음 가는 곳 발길 가는 곳곳이 가을인 걸...
그 가을이 마음을 걷도는 것 같아도 늘 곁에 있음을
알면서도 섭섭한 건..
그냥 이유가 없는 것 같기는 하다.
남편이 그랬다.
어머니 병원 가면 걱정이 없는데
나 병원 가면 걱정이라고 꼭 뭐 하나씩 문제가 생기니
겁이 난다고..
사실 나도 내가 무섭다. 요즘...
아들 말로는 그동안 병원을 너무 멀리해서
한꺼번에 몰리는 것뿐이라고...
좀 지나면 괜찮을 거란다.
흐... 지금 이 시기가 병원도 인생의 병목현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