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졌다.
날 추워진다고 혹시 꽃 한 송이 못 피우고
얼어 버릴까 봐
화분에 옮겨 심어 베란다로 모셔 온 아이는
몸살을 하는지 비실 거리는데
오늘 그 싸아한 추위에도 마당에 있는 아이는
여전히 검붉은 꽃을 열송이도 넘게 머리에 이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꽃망울까지 맺은 아이를 허락도 없이
화분에 옮겼으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자고 내일 지내고 모레 지나고 나면
생글생글 웃으며 따듯한 데 옮겨 줘서 고맙다는 듯
푸른 꽃망울에 붉은 빛이 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울은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가 또 멈칫 하다가
성큼성큼 다가왔다가 멈칫하며
훅 들어오겠지..
따듯하게 입고 산책을 나가는데 쌀쌀해진 바람에 놀랐는지
가던 걸음을 급히 돌려 집으로 향하는 멍뭉이..
난 추워도 바깥바람 괜찮은데
털옷 날마다 입고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던 멍뭉이는
오히려 놀랬던 모양이다.
나가는 길 따로 돌아가는 길 따로 서로 달라야 하는 우리 집 멍뭉이
뒤를 열심히 따라오는데
저만치 동네 언니가 땅을 고르고 계신다..
이 시기에 뭘 심으려고 그러시나... 싶어 바라보고 인사하려다가..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데 나 보다 열 살은 더 드셨을 텐데
이 바람에 혼자서 저 넓은 땅을 고르고 계시는데..
나는 멍뭉이나 따라 산책이나 하고 다니는 것 같은
미안함....
내 삶의 무게만 최고로 무거운 줄 알고 날마다 골골 거리는 나보다
저기서 저렇게 묵묵히 본일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시면서도
늘 웃으실 수 있는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 키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마음을 내어 맞길 믿음을 가지고 사시는 이유일까..
아니야 다만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누가 봐도 단단하게 최선을 다 해 살아가는 모습에
혹시나... 누가 될까 슬그머니 못 본척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전에 그랬다....
너무 순응하고 살지 말라고...
그러면 그러나 보다...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 아니면
아니라고 발버둥도 쳐 보고 고칠 수 있으면 고쳐가면서
살라고... 그랬는데..
뭘 얼마나 숨죽여 살았다고... 싶은 생각..
가을은 자꾸 떠나려고만 하고
나는.. 내 마음은 자꾸 무서리처럼 흐느적거리기만 한다.
차라리 꽁... 얼어서 단단하기라고 하면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