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모터를..
남편이 피곤해해서 너무 일찍 방에 소등을 했더니 할 일이 없다.
한 시간 일찍 어둠워졌는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거실 나갈까? 나가서 뜨개질 할까? 하다가 말았다.
거실은 아무래도 좀 더 춥다.
그리고 거실이나 아들방에서 뜨개질은 한다면
남편이 좋아 할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뜨개질 많이 한다고 잔소리 하는데
대동단결 뜨개질 조금만이다.
그렇지만 싫지 않다.
사실 뜨개질 하는게 피곤하고 힘이 들면 하라고 해도 못한다.
할만하니까 하는 건데도
엄마나 남편이나 그만 좀 하라 한다.
심심해..
사실 손이 심심하다.
뜨개질하면서 말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을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다만..
청소가 종종 뒤로 밀리기는 한다.
요즘은 손에 모터를 달았다.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실이 저렴한 것들이어서..
사실 좋은지 나쁜지의 판단은 잘 서지 않는다.
다만 선물하기에는 좀.... 꺼려지는 가격대..
그래서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괜찮은 실을
주문해 놓은 상태다.
이제 남편이나 내 것 아니고 선물해도 괜찮은 물건이 나올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고..
언니한테 스웨터 하나 선물하려 한다.
엊그제...
언니가 톡으로 거금 삼십만 원을 보내왔다.
뭔가 싶어.. 사실 마음이 가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전화를 했다..
이러고저러고.. 큰아이 아팠던 거 이야기하며..
친정 왔을 때 주려고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아니 무슨.. 그때가 언젠데 그러고 지금 아주아주 좋아.
괜찮아.
보험금도 제법 많이 나오고... 보험금 수령 사유가 별로여서 그렇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했더니 그래도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야간 근무해야 하는 언니 때문에 그러고 말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이다.
내게 삼십 만원 하고 언니 사정에서의 그 금액은
너무 다르다는 걸 잘 아는데....
어찌.. 마음 편히...
불편하고, 안쓰럽고.. 아니야 싶은 생각...
생각에 생각은 길어지고..
나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니라면...
이런 동생 별로일 것 같어라는 생각...
주는 건 받고
나는 또 나름 챙기면 되는 거지.. 하는 생각..
언니한테 문자를 넣었다.
생각은 많은데 다 접고 고마운 마음만 받을게
아들한테 잘 전해줄게.. 고마워 언니 하고..
그래 그래야지.. 하고 언니의 답문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잘했나.. 잘한 걸까?
혹시 언니는 더 거절해주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이미 아들 통장으로 넘어 간 상태고..
떠 놓은 옷 하나를 언니 보내주기로 했는데
떠 놓은 거 말고 좋은 실 사서 이쁘게 제대로 떠서
같이 보내려고 그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뜨고 있는 것을 빨리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서
손에 모터를 달았다.
아니 마음이 더 바쁘다.
이제 아랫단 고무단만 뜨면 되고
양쪽 소매만 뜨면 마무리이니
실이 너무 늦게만 오지 않는다면
다음 주 안에는 언니가 받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 생기면.. 미뤄질 수도 있고..
다음 주에는 엄마 병원 나 병원 병원 갈 일도 두 번이나 있고..
시금치도 작업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리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 성격이..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않을 거야..
모두가 바라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