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나갔을 때는 하늘이 이렇게 이뻤는데
이 깊은 밤에 빗방울이 소리 없이 내리 꽂히고 있다.
눈이 아니고 비다.
수요일부터는 많이 추워진다는데 오늘은 비가 눈이 되기에는
날이 그렇게 춥지 않은 모양이다.
혹시 눈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슬그머니 창문을 열어 봤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차창이 빗물에 번뜩인다.
아직 더 깊은 매콤함이 필요한가 봐 빗물이 한송이 눈꽃으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오늘은 산책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었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늘어지는지..
내 옆에서 자는 듯 누워 있는 멍뭉이도 오늘은 산책 나가기 싫은가 봐
꿈쩍도 안 하고 있잖아..
나가지 말까? 하다가
국수야 산책 갈까? 했더니 벌떡 일어나 꼬리를 바람개비처럼 돌려댄다.
나가고는 싶었는데 울 엄마가 오늘은 피곤해 보여..
못 나가나 봐 오늘은 영 아닌가 봐 그러고 있었던 듯
나가자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먼저 옷 입혀 달라고
옷부터 찾아 물고 온다.
옷 입어야 나간다는 거.. 지 옷이라는 거..
울 멍뭉이 참 똑똑 해..
멍뭉이 때문에 산책을 나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춥지도 않고, 멍 했던 머리도 신선한 바람이
들어가니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래... 이렇게 바깥바람도 주기적으로 밀어 넣어 주는 게 좋은 거야
오늘은~
구독하고 있는 고양이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되는 날이다.
별일 없는 한 기다렸다가 보는데
오늘은 업로드가 많이 늦더라고..
뭔 일 있나?
혼자 고양이 열한 마리 모시고 사는데 어디 아픈가?
작업하다가 혹시...
업로드 시간이 한 시간이 더 지나고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올라온 영상..
흐미 다행이다 싶으면서..
일면식도 없는 고양이 집사를 걱정하고 있는 내가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그동안 영상으로라도 정이 제법 들었구나 싶더라고..
길들여진 거야. 나도 모르게 고양이 유튜버 메탈남에게..
꾸미지 않아서, 일부러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서, 좋다.
뭔가 그래 배려는 그렇게 하는 거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다 라는 걸
고양이를 대하는 유튜버를 보고 배운다면 우습지만 사실이기는 하다.
내가 유일하게 가끔 또는 종종 챙겨보고 또 보고
다시 보는 채널이다. 봐도 봐도 또 보게 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직도 사실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