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2. 12. 20. 19:00

남편이 퇴근하면서 지갑을 들고 다시 나선다
병원 다녀온다고
왜 어디 아프냐 물었더니 감기 걸렸다고
아들 감기소식에 따숩게 입어야는데 추운데서 일해서 그런다는 둥 목 아플텐데 하면서 온집안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남편 나가니 방으로 쏙 들어가신다
난 오일째 앓고 있는데 이젠 아예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데
밥 해서 챙겨 놓고 내아들이 점심때 사다 준 절반의 죽 중에 낮에 먹다 남은 죽에 끓는 물을 부어 먹는데
아들 초기 감기에 걱정으로 셋이 앉은 6인용 식탁이 적다
남은 죽에 물 부었더니 맛은 더 없고
아들 걱정을 반찬으로 밥만 잘 드시는 어머니와 그 아들을 보니 없던 입맛이 달아났다
숟가락 놓으니 왜 먹어야 약먹지 한다
이따 먹을께 하곤 뜨끈한 물만 몇모금 더 넘겼다
설거지하고 뒷정리 하는데 서러운 마음 불쑥
나도 울엄마 보고싶다
엄마 걱정할까봐 전화도 못하면서 나도 엄마걱정 듣고싶다
5일 째 독감으로 골골대고 있는데 아무리 방구석 짊어지고 사는 백수라해도 내 손 아니면 밥솥에 전기 안들어가고 세탁기 빨래에 물 안들어간다
남편이 어제 내게 아프다는 핑계로 게을러졌어 하는데 울컥 하는거다. 등돌리고 누우니 실수했구나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가족이 이프면 나는 비상인데 나 아프면 가족들은 그냥 일상 같다
아파도 너무 당연한듯 해 온 이런 일상의 일들이 서글픈 건
길게 사람 볶아대는 독감 때문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