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아침
운동은 나가야겠는데 왜 그렇게 가기가 싫은지
침대 위에 몸에 본드라도 칠해 놓은 듯 꼼짝하고 싶지
않았다.
움직여야지..
오늘은 가지 말까?
아니야 가야 해..
한 번 쉬면 다음에 또 핑계를 대는 일이 생기고 말 꺼야..
그러고 보니 비 내리는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가물었다는 말인가? 아니야 가끔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운동 가는 시간이 아니였을 뿐이겠지.
뒤척이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한 남편이나 아들 생각해서..
넓고 넓은 창으로 내리는 비나 실컷 봐야지 하며
대충 물만 찍어 바르고 헬스장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날에 비해 정말 한산하다.
어르신 세 분 그리고 남자 두 분..
실내자전거를 먼저 타려다가
어머니 친구분이랑 그 동행분이 앉아 계셔서 일부러 피해
반대쪽 가장자리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비 내리는 바깥을 보고 싶었는데
썬텐지가 발라져 있는 유리창엔 안의 형광등 불빛이 밝아서 그런지
유리에는 온통 내부 모습만 거울처럼 반사 되어 보이고
바깥은 보이지 않는다...
왜 시커멓게 썬텐지를 붙였울까?
아무래도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이고, 밖에서 온전히 들여다 보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는 하겠지만..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유리창이 참 많이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근력운동도 제법 한다.
처음에는 러닝만 탔는데 살 빠진다고 해서리..
하체 운동도 하고..
무슨 머신 무슨 머신 하면서 상체 운동도 제법 한다.
아들한테 배우고 유튜브 보고 배우고
자주 오시는 헬스 선배분들이 잡아 주기도 하고..
그래서 근력운동을 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내 몸에서 근육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그래서 보기에는 영 쭉쟁이 같아 보여도
사실은 알곡 탄탄해 지기를 바라면서..
하체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 친구분이 옆 앞에서 운동을 하고 계신다.
안녕하시나고 인사를 하고.. 열심히인 척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말씀을 물어 오신다..
엊그제 어머니 봤다면서..
어디 크게 아픈 데는 없지? 하시면서..
예 뭐.. 그렇죠.. 하면서..
피할 수 없는 거리에서의 대화는..
물론 피할 이유도 없기는 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어쨌건..
당신 며느리 아픈 이야기를 하시면서 어쩌고 저쩌고 하시는데...
저도... 했더니..
아팠어? 그거.. 하시길래. 예.. 좀 됐어요.. 했더니
어머니는 말 안 하던데?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뜨개질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이 지역에서 제법 큰 식당을 40년 가까이하셨다는 그분께..
내가... 순진하게도.. 아니 어찌 보면 미련하게도
이러쿵저러쿵 별로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도 모르게 주절 거렸구나.. 싶은..
내 이야기 돌아다니는 거 그렇게 싫다 싫다 했으면서..
한동안 내가 내 이야기랑 어머니 이야기를 떠돌아
다니게 만든 것은 아닌가 .. 하는 후회..
난 참 어리숙하구나..
너무 자연스럽게 내 치부인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댔구나..
그냥 그냥
그러시냐고 말씀 들어 드리고 그냥 위로해 드리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내 이야기를 왜 꺼내가지고는..
내 이야기 나오면 어머니 이야기는 곶감처럼 끌려 나오게 되어 있는 거를
어머니 친군대..
어머니 친구 앞에서 어머니 험담을 늘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찝찝했다.
왜 인지하지 못했는지..
참말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무거워야 한다가 아니라..
말은 나를 비추는 거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거울을 발가벗고 들여다본 느낌이다..
말....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