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맑음
비 개인 후 맑은 날은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든다.
겨울 하늘이 참 이쁘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하늘은 비 개인 오늘 찍은 사진이 아니고
비 내리기 전 날 찍었던 것 같기는 하다.
쨍하니 파아린 하늘도 이쁘고 몽실몽실 솜 뭉치 펼쳐 놓은 것 같은
하늘도 이쁘고..
하천에 뿌옇게 남아 있던 살얼음도 이번 비로 말끔하게 녹아
오랜만에 완벽하게 찰랑이는 물결 위를 유영하는 물오리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산책은..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나서기만 하면 좋다.
바람도 쐬고, 낯선 사람들과 눈 인시도하고 좀 정체 되어 있던 기운 기분이
움직이는 것 같다.
요즘은 우리집 멍뭉이에게서 내 모습을 본다.
멀리서 지보다 조금이라도 크거나 활발한 멍뭉이가 오면
얼음이 되어 버린다.
한동안 무서워하는구나 싶어 안아서 그 자리를 벗어나 주었는데
그렇게 해 버릇 했더니
저처럼 순한 강아지면 서로 냄새 맞고 꼬리 흔들고 하는데
조금이라고 과격하게 나오거나 숫자에 밀리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또 좋아한다.
지가 사람인 줄 아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러고는 마주섰을 때는 꿈쩍 안 하다가 관심 보이지 않고
멀어져 가면
뒤 돌아 아쉬운 듯 바라본다.
아니 내가 이길 수 있는데 하는 것 마냥 잠깐 따라간다. 웃겨..
왜 그렇게 소심이고 겁이 많은지..
앞집 둥이한테 아주아주 오래 전에 물리기도 했고, 큰 개한테 놀래기도 했지만
날이 갈수록 더 소심한 겁쟁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나처럼..
나도 사람하고 친해지기 힘들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 뒤 돌아 보면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사람보다 멍뭉이 좋아하고,
우리집 멍뭉이는 멍뭉이보다 사람 좋아하고...
주인 닮아간다더니
주인 닮아 소심하다면.. 미안하다 국수야
넌 쫌 달랐음 좋겠다.
네 아빠나 니 형아들처럼 적극적으로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소심하게 살다 보면..
참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참 많은 것들에서
비켜서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러니 너는 엄마보다는 아빠나 큰 형아 성격이었으면 좋겠는데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는데
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네가 나를 자꾸 닮아 가는 것 같아서
쫌 안타깝다.
내 성격이 어렸을 때는 싫기도 했지만..
지금은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은 쫌 답답해...
세상은 일곱 빛깔 무지개가 아닌 수십수백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성격들이 살아가잖아.
너는 내가 안 살아 본 세상을 살아 봤으면 좋겠구나..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