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2. 21. 22:34

털 찐 멍뭉이의 의무는 자주 씻어야 한다는 거..

털쪄 몽실몽실 귀엽고,

저는 춥지 않아서 좋고

안고 있기도 좋고 만지기도 좋고..

산책 나갈 때 따로 옷 입지 않아도 되는 저는 가벼워서 좋고..

산책멍멍이 우리 집 멍뭉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했다.

유리처럼 맑은 하늘과 나 아직 여기 있어 으스대는 겨울바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뛰고 잘 놀고 잘 걷고

가끔은 산책이 귀찮기도 하지만 역시나 바라 쐬고 나서 아.. 오늘은 좀 쉴걸..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잘 걷고 뛰다가... 지난번에 내린 비가 흘러들어온..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거기는 항상 물이 고인다 

그러고 늦게 마른다.

거기는 보통 안아서 옮겨주는데

안 그래도 피해서 잘 지나오길래 오늘도 그러겠거니 하고

국수! 이리 와~ 하고 나 먼지 잘 지나와서 뒤 돌아보는데

이넘이 정신을 어디다 팔았는지 물 웅덩이를 첨벙첨벙..

그것도 가루흙이 가라앉아 질척이는 거기를

아차차 싶었는지 빠른 걸음으로 첨벙 거리고 있다.

아.......... 이런..

그 잠깐 사이에 네 발만 갈색으로 염색이라도 한 듯

귀엽다.

이 시점에 귀여워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진 찍어 큰아이한테 보낼까.. 하다가 

이놈이 꺽정스러워하길래 후딱 가서 씻자 하고 

서둘러 와서 발만 씻겨야지 했는데

첨벙첨벙 요란이더니 배까지 흙탕물이 튀었다.

어쩌겠어. 니 탓이야~ 하고 씻기고 말리는데

이념이

오늘 목욕하는 날 아니잖아요~하는 듯 아르릉 거린다.

어디서 이넘이.. 했더니 저만치 도망가서는 드라이기가 닿지 않는다.

이리 와~ 했더니

딴청..

잡아다 다시 말리기 시작하는데 앙 아르릉..

너 그럼 맞아! 했더니 지가 먼저 아르릉.. 한 대 때려주고..

또 그러길래 정말 화가 난다기보다는 내가 여기서 지면 이넘이 날

이기려 하겠구나 싶어 또 한데 쿵 했더니

혼날 짓 한 줄 아는지 뾰로통해서는 아르릉 아르릉 하고 있다.

드라이기 끄니 도망가서는 저러고 고개 쳐 박고 삐졌어요 하고 있다.

너만 삐졌냐 나도 삐졌거든..

원래는 씻고 나면 간식 하나씩 주는데 오늘은 안 주고 멍하니 딴청 피우고 앉아 있었더니

저도 저 모양으로  있다.

남들은 절대 폭력은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지나치게 아르릉 거리거나 입질을 하려하면 

나도 위협을 한다.

그렇다고 애를 내가 함부로 키우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산책에 간식도 만들어 먹이고 미용도 애 스트레스 받을까 봐 시작해서

7년째 내가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입질을 시도할 때는 무섭다.

몰론 크게 물린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말이다.

나만 나한테만 하는 아르릉인 거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서워하는 거 들킬까 봐 더 강하게 나가는 것도 있기는 하다.

한참을 저러고 있더니

마당에 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멍 멍멍멍하며 뛰어 나간다.

누구야 누구! 형아? 아빠? 

흐흐흐 미안하지만 아빠도 형도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