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바쁜하루
요즘 내 세상이 자꾸 흔들려서
며칠 만에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갔다가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아님 아직 몸상태가 별로인지
뭔가 메롱하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쉬었다가
점심 식사하러 집에 온 남편이랑 점심을 먹고
엄마 치과 병원 진료 있는 날이라 준비하면서
엄마한테 오늘은 못 가겠다고 전화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말았다.
울 엄마 또 어디 아프냐 얼마나 아프냐
엄마 걱정은 말아라 하면서 현실보다 백배는 더 크게
걱정을 할꺼기 때문이었다.
대학병원 치과는 건물도 크고 복잡하다.
구강악안면외과 가서 실밥 풀고
보철과 가서 가치 수정하는 거 기다리는데..
속 쓰리다고 하셔서 본관 지하에 가서 죽 하나 사서
나눠 먹고 두 개 포장하고... 물론 다 엄마 카드로 했다.
내가 그 정도 못 해 드릴 형편이 아니어서도 아니고
그냥 엄마 맘 편하라고..
엄마가 죽 계산하는 데까지 와서 옆에 계시니..
할 수 없었다.
네가 엄마 때문에 날마다 고생인데 한 두번도 아니고
내가 계산해야 마음 편하지 하신다.
그거 얼마나 된다고 했더니..
아버지 때도 니가 날마다 병원 다니고 바쁘게 움직이고 그렀잖아
엄마는 벌써 20년도 더 넘은 일이고만..하며
할만하니까 했던거고 하는 거지 별소릴 다해 했더니
그래도 그게 아닌 거라는 엄마.
아버지 때는
동생은 멀리 살았고, 또 어렸고, 언니는 사는 게 너무 버거웠다.
나도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가까우니 당연 내 할 일이려니 하고 했는데
이렇게 평생을 두고 온 가족에게 고맙다 애썼다 이야기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렇게 병원 다녀오니 하루가 갔다.
저녁으로 떡볶이 해서 먹고...
텔레비전 보면서 뜨개질 좀 하다고 캐모마일 차 한잔 옆에 두고
일기 쓴다고 앉아 있으니 우리 집 멍뭉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알짱거리길래
내 방석 빼서 내밀었더니 그 위에 얌전히 누워 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렇게 지나간다.
외롭지 않느냐는 듯 귓가에 구뚜리는 계절을 잊은 채 울어대고
약간의 두통이 있긴 하지만
아침보다는 훨씬 맑음이다.
내일은 날씨도 나도 봄날 같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