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4. 7. 22:00

바람이 많이 차가워졌다.

어제 늦은 밤 비가 제법 내렸다.

우르르 소리가 나서 뭔 소린가 하고 내다보니 비가 

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는...

비 그쳤던 거 아니었나 싶으면서도 

깊어가는 밤 들리는 빗소리가 좋았다.

오늘은 쫌 해가 쨍하니 봄 풍경을 만들어 냈으면 싶었는데

비이 끝이 긴 건지 아님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흐리고 바람 불고 춥다.

나가고 싶지 않아...싶은 얼굴로

아니 여기서는 그닥 산책을 즐기는 거 같지 않은 멍뭉이가 뭔가

심심해 보여서 산책갈까? 했더니

벌떡 일어나 앞장 선다.

조그 떨어져 동네를 바라다보니 정말 작다.

저.. 뒤에가온통 산이었고 대나무 숲이었던 것 같은데

휑해졌다.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가 유독 더 사그락 거린다는 걸 

저기 동네 뒤 대숲에서 뛰 놀며 자연스럽게 알았었는데..

풍뎅이 잡고, 사슴벌레 잡고 

도토리 줍고 찔레꽃 따 먹던 그 산은 세월의 변화를 버티지 못하고 

변화를 감당해야 헸겠지

좀 아쉬움이 남는 건

나는 변해도 너는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단순한 생각에 서겠지.

그래도 고향은..

내 기억 속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집안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도

걷다 보니 계절은 속일 수 없는지 좋더라고..

노랗게 핀 민들레가 그래도 희끄무레한 봄을 살려주네..

여기저기 꽃들이 이뻐. 비 와도 꽃들은 지고 또 핀다.

오늘 하루가 또 가고 있다.

정말이지 시간 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