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6. 3. 16:19

아들 손에 들려온 꽃을 보며 웬 꽃? 아빠 생신이라고 사 온 거야?
했더니

요즘 삐져 있어서 미안하다며 여자 친구가 사줬단다.

카네이션이 이렇게 예쁜 색이 있네

요즘 꽃들은 색도 참 다양하다. 없는 색이 없는 것 같아.

하늘하늘한 꽃잎에 하늘하늘한 색상이 참 예쁘다.

tv를 보다가...

예전 댄수가수들이 모여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고 준비해서 공연하는 프로그램..

그 노래로 그 무대가 10년 20년 만에 다시 해 보는 공연이라고 하는데

왜 내가 울컥하는지 

눈물이 펑펑..

바닥에 들어 누워 불편한 오른쪽 어깨를 의식하며 손깍지 끼고

머리 위로 만세 하는 자세를 하고 있는데

뭔 청승인지 모를 일이다.

20년.. 30년 전 나는 어땠던가..

그때 나는

지금 저 화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가수들처럼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이 있던가..

지금 이만큼 시간이 지났으면 한 움큼이라도 그리움이라던가 좋은 

추억이 있을 법도 한데 나는 아니다.

 밤 하늘에 별을따 준다 해도, 아니 아니 바닷가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예쁘고 좋은 집하나 줄 테니 돌아가 다시 고대로 살라고 한다면

아니 아니 나는 싫어 절대 절대로 싫어 할것이다

지금..

요즘..

너무 행복해야 할 날들인데...

대출이 있어도 아들 이름의 집이 생겼고,

다음 주면 완전 김여사 편의대로 리모델링된 새 집

입주이고..

나 없어도 작년 여름에 시작한 꽃밭엔 꽃들이 지들끼리 피고 지고

또 피고 또 피고 있는데 

몸은 왜 이렇게 맘 같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

갱년기라고 무기력이 피곤을 업고 찾아온 걸까

아님 어딘지 모르게 망가져 가고 있는 건지..

몸이 편치 않으니 좋은 줄도 행복한 줄도 잘 모르겠다.

아침에 눈 뜨면 오늘은 좀 어떤가...몸뚱이 눈치부터 살피는

내가 이게 무슨...이게 무슨 일인가 말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동서들만의 집.. 살림.. 그들만의 자유로운 생활들이

친구들의 수다스러운 투정들마저도 그렇게 좋아 보였는데 

이제 어느 만큼은 그들이 나를 좋아라 보고 있는 게 확실한데

나는... 자꾸 땅으로 꺼지는 듯한 몸뚱이 때문에 힘들다.

갱년기 탓인가..

병원 가서 상담 한번 받아 볼까 싶다.

다음 주 집으로 돌아가면 몸도 마음도 좀 편안해지겠지.

어찌 되었건 엄마네서 한 달 열흘 그리고 아들 집에서 이렇게

이십여 일을 살았으니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엄마와의 생활과

그렇게도 부러웠던 그냥 뭐 어머니랑 좀 거리를 두고 살아 보는 이 일이

너무 좋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30년 넘게 긴장하고 살아온 내 몸이  이 허깨비 같은 몸에

긴장이라는 보호막이 빠져나가서  그런가... 하는 생각...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보네..

이 글 쓰다 보니 알 것 같다.

왜 이렇게 늘어지고 왜 이렇게 여기저기 아프고 왜 이렇게

무기력에 빠져 있는지를....

그렇게 먹고 싶었던 

라테 한잔 만들어 놓고 서너 모금 마시고 나면 차가워서 싫고...

컵라면 먹고 싶어 맛나게 먹고 나면 화장실이 불러대고..

시원하게 캔맥한나 마시고 나면 그다음 날은 숙취도 뭣도 아닌 넘이

어깨를 부여잡고 있어서  끙끙 거리는

이 모든 것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에서 오는 명현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다음 주 초면..

새 집에 들어가겠지..

어머니하고의 생활도 다시 시작되고..

예전만큼 긴장하고 살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어머니가.. 알 수 없이 삐그덕 거리는 내 몸을 일으켜 새우는

기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 핑핑 거리며 끙끙거리고 있는데

멍뭉이가 짓는다.

택배 왔나? 했더니 남편이 들어온다.

마무리되어가는 집 공사 둘로 보고 오는 길이라고...

급하게 머리카락 쓸어 넘기 듯 눈물자국 닦아내고 추스르는데

텔레비전 채널이 돌아간다.

보고 있는데... 했더니 

뭔데.. 하길래 그냥..

했더니 산속 남자의 소소한 일상을 배경음악처럼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늘 그렇다.

영화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뭘 보든 간에

남편이 집에 오면.. 어김없이 돌아가는 채널..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오늘은 쫌................. 그렇네..

바람은 정말 선선해서 좋은데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에선 여름이 느껴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멍뭉이에게도 아들 집보다는 마당 있는 우리 집이 

좀 더 편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