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가
멍뭉이랑 산책하다가 보았다.
풀밭에 홀로 자란
그것도 저 모양으로 살아가면서
주변 초록에 절대 뒤지지 않는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세입 클로버를...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니
여리여리한 것이 까치 발자국만 지나가도 상할 것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잔디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싹이 틀때부터 저 모양이었을까?
자라면서 상처가 생긴 걸까?
세 군데 모양이 비슷한 것이 씨앗을 뚫고 나오면서 생긴 생채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갱년기 조울증 증상이 심각한 김여사 급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건
맞아 갱년기 조증이 도진 거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숨어 자라서
잡초라고 뽑혀 나가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어디서 봤는지
어느 근방인지는 기억할 수 있어 또 찾아보고 싶었지만
찾아지지 않더라고..
그래 그렇게 꽁꽁 숨어서 건강한 새 잎도 피우고 꽃도 피렴..
원래는 내일 입주하는 날이었는데
그래서 오늘 집에 가서 마당도 정리하고 꽃밭도 정리하고..
입주청소 맞긴 것도 확인 했는데
소소한 것이 몇 군데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모레 오전으로 밀렸다.
잘됐다.
다행이야.
내일이 엄마 치과 오시는 날인데 겹쳐서 못 가게 될까 봐
마음이 불편했는데
내일 마음 편하게 엄마 병원 다녀와서
모레 입주하면 될 것 같다.
올해는 큰 일들이 자꾸 겹쳐서 연초부터 많이 버거웠는데
그 겹침이 여기서 끝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날이 싸아하네
봄 여름을 들락 거려서 좋네
아주 덥기만 하면 좀 지칠 텐데..
베란다 너머로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흐....
개굴개굴....
논 받도 먼데 어디서 들리는 건지..
단지 앞 인공분수가 있는 연못에 그새 개구리가 사나?
그래 어쩌면 사람보다 먼저 개구리가 입주해서 새 식구 늘렸을지도 모르지.
오늘이 아들 집에서 마지막 밤인 줄 알았는데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분주했을 마지막 혼자만의 시간이 하루 더 연장된 것이다.
그래 머지않아 곧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워질지도 모르니
충분히 즐기자.
그렇다고 뭐 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이 묵직한 침묵이
이 깨면 안될 것 같은 고요가 가끔은 그리워질지도 몰라.
우리집 남자는 텔레비전을 배경음악으로 사는 사람이니까.
뭐 나도 싫지는 않지만
이런 고요도 난 좋다. 가끔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