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7. 8. 21:54

해 질 녘에 산책을 하는데 바람이 정말 시원했다.

아직 비가 내리고 나면 날이 선선해서 너무 좋다.

그렇게도 예쁘게 피었던 노란 코스모스가 이제는 몇 송이 없고

씨앗을 까맣게 물고 있다.

까맣게 제 여린 꽃잎을 태워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 같은

까망 씨앗들이 대견해 보이기도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엄마는 내게 아직도 뭔가 해 줄 게 없는가 살핀다.

깻잎 김치도 담가 놨다고 하고, 수박도 따다 먹어야 한다고 하고...

감자도 더 가져다 먹으라 한다.

엄마는 늘 그렇게 내게 주고 싶은 것을 줄 세우고 계시고

나는 아들에게 해 줄만큼 해 줬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아쉬운게 있나? 

뭐 필요한 것이 있을까.. 살피고..

아들은 받아 버릇해서 받는 게 익숙하고

나 또한 엄마한테는 받아 버릇해서 받는게 익숙하다.

이제 그만 받아도 된다고 손사례를 치지만

80 평생 그렇게 살아온 엄마는 여전히 뭐가 없나... 를 살피고..

나 또한 아들을 생각하며 뭐 없나...를 살핀다.

내 아들도 나중에 그러고 있겠지..

익숙하다는 거..

글쎄.. 

이제 엄마한테는 받는 거보다 주는 게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내 지갑은 마음만큼이나 엄마를 향해서는 빈약하다는 거..

오늘 밤에는 고양이가 안 보이네 

가끔 옆집 지붕 위를 걷는 고양이 보는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고양이 얘기를 했더니 애기고양이 소리가 들리네..

아무래도 다시 옆집으로 이소 했나 봐..

우리 집 멍뭉이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야옹 야앵 소리는 들리는데 꽃밭에서 뒹굴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쫌 섭섭하기는 하지만 옆집 아저씨가 없어졌다고 찾고 다녔다니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가끔 얼굴 보여주겠지.

하긴 그새 컸다고 담장 위에 앉았다가 내가 지나가면

후다닥 도망가기는 하더라고..

독립할 시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매발톱 모종들을 많이 옮겨 심었다.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비가 잦을 때 옮겨 심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으니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메발톱 꽃이 유난히 이쁘다.

유난히 좋아한다.

특히 청색꽃이 너무 좋다. 

청색이나 청보라색 꽃을 선호하지만 

내 꽃밭에는 많지 않다.

매발톱은

아직 꽃을 하나도 보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는 많은 꽃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내 꽃밭..

꽃밭 덕이 나이 먹는 게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