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7. 9. 21:55

나만의 창가에 앉았다.

여기 이곳에 밤에 앉아 일기를 쓸 때면 따로 조명이 필요 없다.

모니터 밝기로 충분하기도 하지만 머지않은 곳에

가로등이 있어서

그냥 이 분위기가 좋아서 이렇게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어둠을 눌러쓰고 나 찾아봐라 하는 꽃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가로등 불빛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들이 참...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게 좋다.

나 아주 어렸을 적 직장 다닐 적에

빗소리가 너무 좋아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떨어지는 비 보겠다고

3층과 4층사이 계단 난간에 앉아 창밖 가로등 아래 빗물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고는 했었는데

이 집 와서는 빗물을 들여다보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는 하다.

창가에는 뭔가 나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대부분 자리하고 있기도 했고,

내 방 주방 아니고는 다 불편한 공간들이어서

느긋하게 비구경이나 할 팔자가 되지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비가 오면 뭔가 끄적끄적 글을 써야 할 것 같았고,

그랬었는데

이렇게 나만의 창가에 앉아 주저릴 수 있는 이 행복...

글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오십여 년 만에 처음 가져 본 나만의 공간..

이렇게 저녁이면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인

샘이다.

어디 어디? 한 번 보자. 니 공간하고 궁금해하는 사람 있을지 몰라

보여주면 뭐 암것도 없구먼 하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아니다.

그냥 마냥좋다.

내가 좋으면 되는 거지 뭐. 이 마음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는 사람 있음 

더 좋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남편도 내 공간 인정해 주어서 잡동사니 짐을 하나씩 처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겨울에는 난로 하나 두어야지..

겨울엔 투명창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네.

추위라면 아주 징글 하게 두려워하는 김여사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오늘 밤은 고양이들도 조용하네

어디 멀리 이사 갔나?
옆집으로 옮겨 갔으면 한 두 번쯤은 얼굴 내밀텐데 

오늘은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

 

캔맥하나 마시려다가..

너무 잦은가 싶기도 하고, 위장약 먹고 있잖아 싶어서 

냉차 마시고 있는데 좋네..

근데 제법 이름 있는 차인데 아랫부분에 설탕이 너무 많이 깔리더라고

그래서 꼭 반의 반은 남기게 되는 거지..

그래도 시원하니 가볍고 좋네.